"일자리가 행복한 노후 만든다"…대구 노인일자리 우수 사례

입력 2019-10-07 18:00:00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43.8% 세계 1위, 네덜란드의 14배

대구 수성시니어클럽
대구 수성시니어클럽 '아파트 택배사업단' 직원들이 물품을 분류해 차량에 싣고 있다. 아파트 택배사업단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면서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는 대표적 노인일자리사업으로 꼽힌다. 수성시니어클럽 제공

우리나라 어르신은 치매 등 건강 문제와 더불어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누구나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일자리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6세 이상 노인빈곤율(이전소득을 포함한 사후 가처분소득이 중위 50% 이하)은 43.8%로, 프랑스(3.4%) 덴마크(3.1%) 네덜란드(3.1%) 노르웨이(4.3%)는 물론이고 일본(19.6%) 미국(22.9%) 호주(23.2%) 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27만원짜리 노인일자리'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경제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통계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를 가진 어르신들의 사회활동과 봉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활동비(교통비) 정도를 지급하면서 노인일자리로 분류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노인일자리 관련 사항을 전체적으로 짚어보고, 대구지역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노인일자리 사업 최고도시, 대구
우리나라의 노인일자리 사업 실적은 2004년 3만5천127명에서 글로벌금융위기를 맞았던 2009년 22만2천616명으로 급증한뒤, 지난해에는 54만3천926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60만 개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2023년에는 80만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도 덩달아 급증했다. 2004년 212억6천800만원에서 2009년 1천억원을 돌파한 1천602억4천700만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6천367억2천400만원이 투입 되었다.

노인일자리 중 공익활동(노인의 자기만족과 성취감 향상 및 지역사회 공익증진에 참여하는 활동)의 경우 2004년 3만2천173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40만5천134명이 참여했다. 2014년 처음 시작된 재능나눔 노인일자리 역시 첫해 3만609명에서 매년 조금씩 늘어나 지난해에는 5만2천153명이 활동했다.

반면에 실질적인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형사업'의 경우 2004년 1천748명에서 2015년 2만2천883명으로 점차 증가한 뒤, 2016년 7만7천734명으로 폭증했고, 그 이후 2017년 6만4천573명, 2018년 5만4천585명으로 감소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경비 등 각종 교육을 시켜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인력파견형 사업은 매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2만67명을 취업시켰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관한 한 대구는 전국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시는 보건복지부 주최 '17개 시·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평가대회'에서 2016년에 이어 2017년, 2018년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531억원의 예산을 투입, 어르신들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 2만3천여 개를 제공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올해 대구시는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으로 766억원(2만4천여 명에게 일자리 제공 계획)을 마련했다.

초등학교 급식도우미사업단 활동 모습
초등학교 급식도우미사업단 활동 모습

▶"월 50만~100만원 일자리를 찾아라"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월 수입은 50만~100만원 정도이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이 실질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우수사례로 선정된 대구 수성시니어클럽의 '아파트택배사업단'과 '종량제봉투 배송사업' '초등학교 급식도우미사업단'은 눈길을 끈다.

2008년 3월 24명으로 시작한 아파트택배사업단은 현재 57명으로 직원이 늘었다. 택배터미널에서 물건을 수령한 뒤, 아파트 거점별로 인수·인계를 하고, 거점에서 각 가정으로 물품을 배송하면서 그 내역을 택배사에 통보하는 프로세스로 진행한다. 직원들은 업무량에 따라 적게는 월 60만원에서 최고 150만원까지 임금을 받는다. 어르신들이 진짜 원하는 일자리인 셈이다.

이상환 씨는 "택배는 나의 건강이고 행복이다"라고 했고, 박재호 씨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동네사람들이 어디가느냐고 물으면, '나, 출근한다.'라고 할 때 느끼는 그 행복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수성구는 2014년 그동안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운영하던 종량제 봉투 배송 업무를 어르신들에게 맡겼다. 덕분에 4명의 어르신 일자리가 생겼고, 연 매출은 5천300여만 원에 달한다. 수퍼와 판매점으로 종량제 봉투를 배달하면서 어르신들이 건강을 챙기고 쏠쏠한 수입까지 얻게 되었다. 수성구지역 33개 초등학교에 배치된 급식도우미사업단도 성공사례에 속한다. 2008년 75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275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태수 수성시니어클럽 관장은 "아직까지 노인일자리 사업은 단순노무직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향후 고학력 전문직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고령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게 맞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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