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접한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이곳은 지난달 18일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ASF가 발생했던 곳이다. 지난달 17일 역시 북한과 접한 경기도 파주시에서 ASF가 처음 발생한 후 2주가 지나도록 발생 경로를 밝히지 못했는데 북한발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처음 경기 파주에서 ASF가 확인됐을 때부터 전문가들은 꾸준히 북한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이후 ASF 확진 판정을 받은 13곳 농가가 모두 경기 파주 연천 강화 김포 등 북한 접경지역이다 보니 '북한 유입설'에 힘이 실렸다. DMZ가 ASF 유입 통로가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DMZ 내 철책은 멧돼지가 넘어올 수 없는 구조물로 설치돼 있다"며 '북한 유입설'을 일축해 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일 국정감사에서 북한 멧돼지를 통한 ASF 유입 가능성에 대해 "물리적으로 이동을 통해 내려올 수 없다라는 것을 제가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경계시스템이 완벽해 멧돼지가 들어올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DMZ 내 철책이 야생 멧돼지를 확실히 차단할 정도로 완벽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하태경 의원은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2018년부터 올 9월까지 9개 사단 13개소에서 GOP 철책이 파손됐고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북한이 ASF 발생 사실을 국제기구에 보고했던 지난 5월 이후 파손된 사례는 7건에 이른다. ASF에 감염된 북한 야생멧돼지들이 DMZ 철책을 절대 넘어올 수 없다고 한 국방부 장관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국방부를 앞세운 정부가 처음부터 '북한 유입설'을 배제하려다 사태는 키우고 대응도 허술해졌다.
정 장관은 지난 2일 북한이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북극성 3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을 때도 '남북 군사합의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다분히 북한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국방을 책임진 장관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나 북 미사일 발사나 북한 말만 나오면 움츠러든다. 어떤 이유에서건, 국방부 장관이 장관답지 않으면 나라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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