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지은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이전에 달게 먹던 것을 지금은 쓰다고 뱉는다. 사람은 이익에 따라 교묘히 바뀐다'는 구절이 나온다.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유래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이다. '뚜렷한 주관이나 소신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면 받아들이고, 불리하면 배척하는 행태'를 이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선 입에 단것이 되레 내 몸에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良藥苦口利於病),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다(忠言逆耳利於行). 따라서 감탄고토는 쉽게 해서도 안 되고, 또 쉽게 당해서도 안 되는 양날의 칼과 같다. 이를 경계하는 비유는 서양의 이솝우화에서도 파리와 불나비의 이야기로 일찍이 등장했다.
배 고픈 파리가 꿀단지 주변을 맴돌면서 꿀맛을 즐기다가 기어이 날개가 꿀에 젖고 말았다. 그때부턴 움직일수록 온몸이 꿀 속에 더 깊이 파묻힐 뿐이었다. 옆에 있던 불나비가 '탐욕이 파멸을 불렀다'고 비웃었다. 그런데 밤이 되고 촛불이 켜지자 이번에는 불나비가 촛불 주변을 맴돌다가 그 현란한 색깔에 취해서 결국은 제 몸을 태우고 말았다. 이를 본 파리가 자기보다 더 바보라고 혀를 찼다.
입만 열면 적폐 청산을 부르짖더니 스스로는 더 지독한 적폐를 쌓고 있는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는 듯하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적폐 청산의 화살이 자신들에게로 향하자 불과 두 달 만에 윤 총장을 '척결의 대상자'로 몰고 있다. 속담집에 기록해 둘만한 감탄고토의 전형적인 행태이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대하라"던 대통령조차 '수사 관행 개혁'이니 '절제된 검찰권 행사'니 하면서 자기 충복의 적폐 수사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숯덩이가 껌정을 지우겠다는 망동을 옹호하는 적반하장의 세태이다. 공자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잘못'(過而不改 是爲過矣)이라고 했다.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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