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가노라 옥녀봉아, 다시보자 위천아

입력 2019-10-04 18:00:00

군위 고로면 화수초교에서 1994년 찍은 사진
폐교된 학교, 옥녀봉 바라보며 떠올리는 추억

1994년 김진화 씨가 자신의 모교인 군위 화수초교 교정에서 찍은 사진. 옛 군위화수초교 모습 뒤로 옥녀봉이 보인다. 독자 김진화 씨 제공.
1994년 김진화 씨가 자신의 모교인 군위 화수초교 교정에서 찍은 사진. 옛 군위화수초교 모습 뒤로 옥녀봉이 보인다. 독자 김진화 씨 제공.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살고 있는 김진화(62) 씨의 타임캡슐이다. 1994년 군위군 고로면 화수초교 교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왔다가 모교에 들른 것이라 했다.

김 씨가 이 학교를 졸업한 건 1970년. 24년 만의 발걸음이었다. 모교로 발길을 끈 게 과거의 추억 때문이라 말해 무엇하랴만, 실은 딸아이에게 아빠의 어린 시절 뛰놀던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이 사진도 초교 4학년이던 큰 딸이 찍어준 것이었다.

"딸아이와 학교에 갔는데 모든 게 기억보다 작았어요. 운동장도 좁았고, 교실도 작았어요. 그런데 딸아이가 아니었다면 학교와 사진을 못 찍을 뻔했어요. 2년 뒤에 폐교됐거든요."

군위는 대도시인 대구와 가까워 이촌향도 현상이 급속히 나타났다. 학교도 시류를 피하지 못했다. 1996년 문을 닫아야 했다. 학교는 닫혔어도 추억은 닫힐 수 없었다. 사진 뒤로 보이는 해발 562미터의 옥녀봉은 유난히 봉긋하게 솟아 각인된 곳이다. 일연스님이 머물며 삼국유사를 집필했다는 인각사에서도 바투 보이는 산이다.

김 씨는 이곳을 '마음의 쉼터' 같은 곳이라고 했다. 학교로 가든 읍내로 가든 한 번쯤 바라봐야 했고, 고향으로 오든 고향을 떠나든 마주 봐야 했다. '가노라 옥녀봉아, 다시보자 위천아'라고 시를 고쳐 부를 만큼.

옥녀봉은 아이들의 보물창고이자 놀이터였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기에 탄피가 많았다고 한다. 겨울이면 땔감 보급처가 돼줬다. 그 당시 학교는 교실 난방을 위해 조개탄을 썼는데 불쏘시개를 구하러 옥녀봉에 가 나무를 해왔다는 것이다.

"요새는 송이 채취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질 못해요. 그래도 산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죠...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더 큰 학교였던 고로초등학교도 군위댐에 잠겼거든요. 그래도 우리 학교는 옛날 그 자리에 남아있어 불행 중 다행이죠."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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