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대구'를 아홉 번 언급하고 '대구는 애국의 도시'라는 취지의 발언을 네 차례 했다. 국군의 날 기념식이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만큼 문 대통령이 대구에 대해 발언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경북이 인사·예산에서 소외받은 점,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점, 정부 주도로 김해신공항 재검증이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대구에 대한 언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대구를 대한민국 안보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애국의 도시라고 했다. 대구를 국채보상운동 발원지, 대한광복회 결성지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나라가 어려울 때면 항상 대구 시민들은 놀라운 애국심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대구공항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공항은 영남 내륙지방의 관문이자 공군의 핵심기지로 영공 수호의 핵심 임무를 수행해왔다"며 "대구공항의 역사는 오랜 시간 불편을 감내한 대구 시민들의 애국의 역사"라고 했다.
알맹이 없이 수사(修辭)에 그친 문 대통령의 '대구 띄우기' 발언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지역 민심 잡기의 하나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인사·예산 홀대, 원전해체연구소 등 국책사업 유치 실패, 김해신공항 재검증,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역 민심은 싸늘하다. 이 추세라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의석이 늘어나기는커녕 있는 의석도 지키지 못할 우려가 크다. 대통령의 대구 언급을 민심 달래기 시도로 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대구공항 언급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영남 5개 단체장은 영남권 신공항을 새로 짓지 않고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대구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를 시사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기화로 김해신공항 재검증이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 발언은 김해신공항 재검증 비판 여론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문 대통령의 대구 언급이 반갑기보다 탐탁지 않은 게 대구경북 시도민의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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