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200만 명 뻥튀기

입력 2019-10-02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2016년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간에 핵전쟁이 일어날 뻔했다. 당시 카와자 무하메드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은 "파키스탄이 시리아에서 IS(이슬람국가)와 싸우는 것에 대해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핵위협을 했다. 이스라엘이 까먹은 것 같은데 파키스탄은 핵 보유국이다"라고 경고했다.

그 발단은 AWD NEWS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파키스탄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스라엘은 이 나라를 핵 공격으로 파괴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그러나 가짜뉴스였다. 기사가 출처로 제시한 것은 모세 아얄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보고서였는데 그는 이미 사임한 뒤였다. 이를 두고 세계는 아시프 장관이 가짜뉴스에 '낚였다'고 조롱했다.

대중 전체가 가짜뉴스에 낚이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례가 프랑스 혁명 전 루이 16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가짜뉴스를 믿은 프랑스 국민이다.

실제로 앙투아네트가 이런 말을 한 적은 없다. 혁명세력이 유포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다만 그와 비슷한 말이 루소의 고백록에 나온다. "나는 빵이 없다는 농부들의 말에 대한 고귀한 공주의 임시방편-그들에게 브리오슈를 먹이자-이 떠올랐다." 브리오슈란 빵 부스러기에 버터를 많이 넣어 만든 과자이다. 루소가 고백록을 쓴 해는 1766년으로 당시 앙투아네트는 12세, 프랑스로 시집오기도 전이었다.

러시아 볼셰비키의 배후는 유대인이라는 히틀러의 '유대-볼셰비키'론을 믿은 독일 국민, 간토(關東) 대지진 때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가짜뉴스를 믿은 일본 국민도 빠질 수 없다.

지난 주말 '조국 지지 집회'의 참가 인원이 200만 명이라는 여당의 주장은 가짜뉴스로 국민을 낚으려는 전형적 선동이다. 성인 기준으로 1㎡당 모일 수 있는 인원을 추산하는 페르미기법을 적용하면 최대한 늘려잡아도 5만 명이다. 경찰도 1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자 "숫자의 외피에 집착하지 말고 촛불의 진실을 직시하라"고 한다. 국민을 우중(愚衆)으로 여기는 말장난이다. '200만 명 뻥튀기'는 무서운 진실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권이 머릿수로 '조국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반민주적 발상에 젖어 있다는.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