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도 한 몫…농민들 삼중고에 한숨
경북지역 과수 농가들이 과일 작황은 예년보다 좋지만 빠른 명절과 수확기 잦은 비로 당도 등 품질이 하락해 울상을 짓고 있다.
더욱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가격도 떨어져 삼중고를 겪으며 '풍년의 역설'을 실감하고 있다.
◆사과 물량 증가했으나 가격은 하락
9월 초 안동농협공판장에서 거래된 과수 가격은 추석을 앞두고 고공행진을 했지만 추석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9월 초 홍로 품종 특2등급 기준 kg당 6천399원을 하던 것이 추석 다음주인 지난달 20일에는 kg당 819원까지 폭락했다.
이는 추석을 앞두고 몰렸던 물량 중 저품질 사과 상당수가 재고로 남아 시장에 풀렸기 때문으로 안동시는 분석했다.
의성의 경우 지난주 공판장 사과(홍로) 경매 낙찰 가격이 20kg 기준 최고가가 3만원, 최저가는 3천원으로 평균 가격은 9천원 수준이었다. 추석 전에는 최고가가 4만5천원에 달했으나 추석 이후 2만8천원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조금 오른 3만원대로 거래 중이지만 의성지역 공판장 관계자, 상인들은 "올해 사과가 대체로 풍작이어서 지난해보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상주지역은 태풍 피해도 적고 사과, 배 등 과일 농사가 잘 돼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20~30%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추석이 본격적인 수확기보다 너무 빨랐고 예년보다 소비량도 크게 줄고 있어 농민이 손에 쥐는 금액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이른 추석 탓에 소비자들이 사과와 배가 아닌 복숭아 등 여름 과일을 선물로 많이 선택해 소비 감소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의 한 농산물유통업체 대표는 "올해 사과 값이 지난해보다 많이 하락해 좀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기후가 사과 생육에 알맞은 측면도 있어 과잉 공급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사과농사 10월이 중요
경북은 전국 사과재배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사과 주산지로 사과 가격 폭락은 도내 과수 농가의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다만 추석 이후 일시적인 사과 시세 하락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사과의 주품종인 만생종(후지)이 출하돼야 정확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내 대표 사과 주산지인 청송사과는 2010년쯤부터 호황을 누리며 후지품종에서 단연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9, 10월 풍작이나 병해 등에 따른 작황, 외국산 과일 소비 등 시세에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청송사과 가격에 큰 변동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시장에서 소비층이 얼마나 지갑을 여는 지가 가을사과 시세 흐름에 결정적일 전망이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공판장 경매낙찰가 흐름은 최근 하락세이지만 농가 개인별 판매 비중도 높아 공판장 시세가 곧 사과 시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농가별 판매가 시작되는 다음 달 중순 이후가 가을 사과 시장에 중요한 기점이 된다는 것이다.
◆포도, 복숭아도 하락…영천은 우울
영천을 중심으로 한 포도, 복숭아 과수 생산 농가도 우울한 가을을 맞고 있다. NH농협은행 영천시지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농협 연합사업단을 통한 포도, 복숭아, 자두 등 지역 3대 과일 출하 물량은 3천476t이다.
지난해 같은기간 2천874t보다 602t이나 많다.
반면 올해 9월까지 출하물량 판매금액은 87억6천만원으로, 지난해 99억1천만원보다 11억5천만원이나 줄었다.
9월 판매대금도 32억4천만원으로, 지난해 38억9천만원보다 6억5천만원가량 감소, 출하물량은 크게 늘었으나 판매가격이 큰 폭으로 감소한 현실을 반영했다.
특히 전국 생산량 1위 영천 포도는 올해 판매가격이 26억1천만원으로, 지난해 40억1천만원보다 14억원 급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 자료를 보면 추석을 겨냥한 포도 품종인 거봉의 이달 중 1kg당 가격은 상품기준 5천500원~6천원 정도로, 지난해 7천200원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복숭아 올해 출하물량은 2천557t으로 지난해 1천671t보다 900t 가까이 늘었으나 t당 판매가격은 올해 211만원을 지난해 283만원보다 72만원가량 떨어졌다.
영천시 금호읍에서 포도와 복숭아 농사를 짓는 최중열(49) 씨는 "올해 이른 추석과 가을 태풍 소식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많은 농자재를 구입했다"면서 "그런데 생장수준 미달, 품질 하락,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 영향으로 손에 쥐는 돈은 지난해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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