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돌봄로봇, 노인의 친구가 되다!

입력 2019-09-30 18:00:00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치매극복의 날(9월 21일)을 맞아 전날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했다고 20일 전했다. 이날 치매 예방 로봇

늙고 병들면 로봇이 돌봐주는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7년이나 빨리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를 외치며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는데 요즘은 고령화도 빨리빨리 진행되고 있다. 2000년에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더니 2017년에 벌써 고령사회가 되었다. 불과 17년 사이에 노인인구가 두 배나 되었다. 일본의 고령화는 더 심해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네 명 중 한 명이 노인이다.

벌써 일본은 2017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해서 노인이 27퍼센트를 넘었다. 2025년이 되면 복지와 간호 인력이 38만명이나 부족할 것이라고 일본정부 후생노동성이 발표했다. 태어나는 아이는 점점 줄어들고 노인은 늘어가는 고령화사회에 노인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간호로봇과 돌봄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데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KT가 제7회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개최된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치매극복의 날(9월 21일)을 맞아 전날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했다고 20일 전했다. 이날 치매 예방 로봇 '실벗'을 이용해 참가자들이 노래를 배우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라이나전성기재단은 노년층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인 돌보는 로봇

늙으면 두세 개 정도의 질병을 가지고 살게 되며 근력도 예전 같지 않아 일상적인 일을 하기에도 버거운 생활을 하게 된다. 이러한 노인을 간호사나 간병인이 돌보고 있는데 이제 로봇이 그 일을 돕고 있다.

로봇이라고 하면 덩치 큰 기계덩어리가 생각난다. 이러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 친근한 곰인형 얼굴을 하고 있는 간호로봇이 개발되었다. 바로 일본 이화학연구원이 개발한 로베어라는 로봇인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환자의 이동을 돕는다.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을 휠체어로 옮겨주고 혼자서 움직이기 힘든 환자의 이동을 도와준다.

그리고 노인의 목욕을 도와주는 코디라는 로봇도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개발했다. 코디는 센서를 이용해서 누워있는 환자를 자동으로 인식해서 몸에 묻은 것을 닦아낼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루보조 기업체가 만든 로봇 샘은 노인 요양시설에서 노인의 건강 이상을 확인하고 낙상사고가 생기면 바로 간호사를 불러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을 돌보는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치매케어 로봇인 실벗이 대표적이다. 실벗은 17개의 인지치료 게임을 가지고 있어서 노인이 게임을 하면서 기억력과 인지력을 높이도록 돕는다. 최근 서울 강남구와 수원 영통구의 치매지원센터에 실벗이 투입되어 노인들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다.

◆외로운 노년의 말동무 로봇

노년에는 아프거나 힘이 없는 신체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쓸쓸하고 외롭다. 대화나 게임을 같이하며 노인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친구 같은 로봇들도 개발되고 있다. 멀지 않아 애완동물처럼 집집마다 애완로봇을 들여와서 같이 살게 될 것 같다.

아기 물범 모양의 로봇인 파로를 일본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했다. 귀여운 동물 모양을 하고 있어서 친근한 느낌이 들고 손으로 쓰다듬으면 센서가 작동하여 반응도 보인다. 이 파로는 외로운 노인과 대화하고 만지면 반응하기 때문에 노인의 심리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일본에서 개발된 심리치료 로봇인 파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경치료용 의료기기로 허가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2018년에 파로는 미국의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적용 대상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뇌졸중 후에 발생하는 신체적 및 인지적 재활 치료 과정에서 파로를 사용하면 메디케어 보험이 적용되어 비용이 지원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벌써 파로와 같은 로봇이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케어 로봇이 개발되었다. 퓨처로봇 기업체와 수원과학대 공동연구팀이 2018년에 개발했는데 이 치매케어 로봇은 치매환자에게 대화를 유도하고 노인환자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운동시간도 알려준다고 한다.

◆24시간 환자 곁의 간호로봇

환자를 돌보는 간호로봇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간호로봇은 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을 도와주거나 목욕이나 배설 등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 또한 무거운 물건이나 의료 물품을 운반하는 일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은 2017년 10월에 인공지능 로봇 페퍼를 병원에 배치했다. 사람처럼 생긴 외모에 120 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를 가진 로봇 페퍼는 병원으로 오는 환자들에게 인공지능 암센터 안내를 하며 환자들과 게임도 같이 한다.

페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 기업체가 만든 세계 최초 소셜 로봇으로서 2015년에 출시되었다. 페퍼는 다목적 로봇이어서 길 안내도 하고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혈당측정기와 건강관리 플랫폼을 연계하여 환자의 건강상태를 분석해서 설명도 해준다. 그리고 환자나 노인들의 운동도 돕고 춤추며 노래도 하는 재능이 많은 로봇이다.

로봇은 병원에서 간호사의 여러 일을 돕기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병원은 2015년부터 로봇 터그를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터그는 애톤 기업체에서 개발한 업무보조 로봇인데 환자의 혈액 샘플, 식사, 약물, 의료폐기물, 수술 도구 등과 같은 물건을 운반해준다. 터그는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 등 30가지 센서를 가지고 있고 무선 와이파이 인터넷으로 병원 내 문도 열고 엘리베이터도 타고 이동해 간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사회적 지능을 가진 병원용 로봇인 목시가 딜리전트 로보틱스 기업체에 의해 2018년에 개발되었다. 목시는 네 개의 바퀴로 돌아다니며 얼굴과 머리 및 팔을 가지고 있어서 의료 용품을 집어서 간호사나 의사에게 배달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 헬스 달라스와 휴스턴 감리교 병원에서 2018년에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목시는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LED 눈이나 머리를 움직이기도 하고 하트 이모티콘이나 무지개 눈을 표시해서 축하도 해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및 우리나라에서도 병원에서 간호사를 돕는 일을 하는 로봇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KT가 제7회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개최된 '치매 극복 걷기 행사'에서 ICT 기반 치매 관리 프로그램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8일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 마련된 KT체험부스에서 어르신들이 반려로봇 '부모사랑 효돌'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까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산업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간병로봇을 개발하여 2035년까지 간병인 수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도 2019년까지 돌봄로봇 1천 대를 지방자치단체 3곳에 보급해서 로봇 제품의 수요를 키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각국 정부에서 돌봄로봇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기업체에서 다양한 로봇들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이제 로봇이 기계라는 개념을 넘어 노인의 건강을 돌보고 친구처럼 대화하며 교감하는 존재로 발전하고 있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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