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다운 나라' 도달 못한 책임이 국민한테 있나

입력 2019-09-27 06:30:00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다운 나라에 우리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며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미 정상 회담, 유엔(UN) 연설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자신의 출국 직후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은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에 쏠려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나라다운 나라'란 화두를 꺼낸 것은 '조국 사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나라다운 나라'에 도달하지 못하게 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지금 목격하고 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는 등 범죄 혐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건 나라냐"고 문 대통령에 묻는 국민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마저 배우자가 기소된 마당에 조 장관이 업무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조직법, 검찰청법 등을 고려하면 조 장관의 업무 범위에 배우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포함되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있고, 그에 따라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각종 의혹으로 배우자가 기소된 데 이어 다른 가족들도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조 장관의 업무 수행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보는 게 맞다.

검찰 수사에서 조 장관이 사실상 피의자로 전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조 장관은 서둘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한 명의 부적격 장관 때문에 대한민국의 에너지와 역량이 끝없이 소진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인내도 한계에 달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국민 통합을 바탕으로 나라 발전에 나서야 한다. 진영에 따라 국민을 갈가리 찢어지게 한 조국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나라다운 나라'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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