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대구 서구청에서 일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고 구청 옥상으로 안내받아 올라간 적이 있다. 옥상을 정원으로 꾸민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나다니며 늘 낡은 콘크리트 건물 외형만 봐온 터라 꼭대기 층에 갖가지 수목과 화초가 피고 벤치에다 산책 데크까지 오밀조밀 들어선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대구시가 옥상 녹화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보도다. 2007년 처음 착수해 지난해까지 22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도심 일반 건물과 공공기관 등 모두 665곳의 옥상에 녹지 공간을 만들었다. 그 면적도 축구장 17개 규모에 이른다. 올해도 11억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67곳의 옥상 정원을 꾸밀 예정이다.
물론 옥상에 잔디를 깔거나 채소와 꽃을 심는데는 예산이 쏠쏠하게 들어가고 유지관리에도 적지 않은 품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거의 쓸모 없는 공간으로 여겨졌던 옥상이 시민과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해 도시 일상에 활력을 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삭막한 도시의 상징물인 건물의 옥상이 변신해 하나의 도시 인프라가 된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옥상 공간의 재창조는 현재진행형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의 경우 매년 6월 '옥상축제'를 개최할 정도다. 옥상을 다양한 형태의 녹지 공간으로 바꿔 시민이 공유하고 제2의 도시 물관리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등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뉴욕시도 하수 범람을 막기 위해 옥상 녹화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5년부터 추진해온 '6 슈퍼 소우킹(Super-Soaking)' 프로젝트가 좋은 예로 옥상 텃밭인 '루프탑 팜' 플랜이나 초화류만 심는 메도우(meadow) 가든 조성 등을 통해 빗물이 바로 하수관에 흘러가지 않게 막아 대규모 하수 배수관리 인프라를 대체하고 있다.
땅의 제약이 큰 대도시에서 녹지 공간을 새로 확보해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 거두는 옥상 녹화사업은 의미가 크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은 아니더라도 시민이 만족하고 일상에서 즐기는 옥상 공간이 더 많아진다면 그만큼 도시 생활의 만족도도 비례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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