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감사실로부터 청렴에 관한 광고 의뢰를 받았다. 막막했다. '청렴'이라는 단어 자체가 잘 쓰지 않는 단어일뿐더러 카피나 이미지로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청렴하자고 말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등 온갖 고민이 머릿속을 채웠다. 광고에선 문제가 어려울수록 쉽게 풀어야 한다. 광고인에게 어려운 것은 사람들에게도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흑과 백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속이 새까맣다"라든지 "마음이 밝은 사람이야"가 바로 그런 표현이다. 청렴에도 똑같이 대입하면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청렴은 세상을 밝히고 부정부패는 세상을 어둡게 한다. 그렇게 가지고 온 것이 스위치였다. 스위치를 올리면 밝아지고 내리면 어두워진다. 이것이 마치 청렴과 부정부패를 닮아 있었다.

스위치를 가져오니 문제는 쉽게 풀렸다. 스위치를 올리면 광고판이 밝아진 모습을, 내리면 광고판이 꺼진 모습을 구현했다. 말 그대로 전광판에 전기가 나간 것처럼 말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니 보는 이들도 쉽게 인지하였다.
이처럼 광고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광고인은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쉽게 풀어내어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표현 방법의 문제만 해결한 것이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 것은 아니다. 그래서 스위치를 광고 모델의 가슴에 붙여두었다. 모델은 가슴에 붙은 스위치를 켜고 끄면서 청렴과 부정부패를 경험한다. 그리고 밝은 화면과 어두운 화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청렴 스위치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우리 마음에 있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싶었다. 우리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청렴에 대해 고민한다. 필자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CEO의 자리에 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이고 스타트업도 윤리적인 판단 앞에 고민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청렴 스위치가 우리 가슴에 붙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늘 그것을 켜두자. 그렇다면 이 광고를 만든 보람을 필자는 충분히 느낄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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