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청장 최초 방문, 개구리소년 사건 실마리 풀릴까

입력 2019-09-23 18:06:04

경찰, 확대해석 경계하면서도 "최선 다하겠다" 의지 피력
전문가들, "DNA 추출 가능성 낮아" 회의적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찰이 28년 전 발생한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에 대한 재수사 방침(매일신문 21일 자 6면)을 밝히면서 사건 해결 가능성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개구리소년 사건의 경우 범인을 잡기는커녕 5명의 아이들이 숨진 이유와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18일 33년 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DNA대조를 통해 꼬리가 잡힌 데 이어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역대 경찰청장으로는 처음으로 개구리소년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하면서 이 사건 역시 '경찰이 뭔가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닌가' 하는 지역민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재수사 방침은 유족 및 (사)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이하 전미찾모)의 요청에 따라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 수사기법을 적용해 사건기록을 원점에서 되짚어보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사실 민 청장은 20일 오전 경찰청장배 사격대회 참석 차 대구를 방문했으며, 지난 5월 만났던 전미찾모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개인 자격으로 사건 현장을 방문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화성사건 용의자 확인과 시기가 묘하게 겹치면서 세간의 관심이 개구리소년 사건으로 집중돼 당혹스럽다"고 했다.

관건은 국과수에서 실시할 유류품 대상 DNA 검사에서 미미한 흔적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 지 여부다. 2002년 유골 발견 현장에서는 어린이용 신발 4켤레, 손목시계, 운동복 등 옷가지 10여 점, 그리고 조호연(당시 12세) 군의 것으로 보이는 보철 치아 2점이 확인됐다. '타살' 판정을 내린 결정적 요인이었던 두개골 손상에 대한 검토도 다시 이뤄진다. 당시 유골을 감정한 경북대 법의학팀과 국과수 법의학부는 범행 도구를 밝힐 만한 뚜렷한 단서는 잡지 못한 채 '타살' 의견을 냈었다.

이상탁 대구경찰청 형사과장은 "범행 직후 증거물을 바로 확보한 화성사건과 달리 개구리소년 사건은 유골이 11년간 땅속에 있어 DNA 채취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보는 것"이라며 "수사 기록 전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친 것이 없는지 확인하겠다.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유족의 아픔이 남은 만큼 사건 해결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2002년 유골을 감정했던 채종민 전 경북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확보한 증거자료에서 법의학적으로 나올 만한 소견은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 당시에도 DNA 확보를 시도했지만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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