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過猶不及(과유불급): 차라리 모자람이 낫다

입력 2019-09-23 18:0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지나침(過)은 미치지 못함(不及)과 같다(猶). 과함은 부족함과 다름없으니 적당한 것이 좋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선진(先進) 편에 나온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스승님!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가운데 누가 더 현명합니까?"라고 물었다.

자장과 자하는 공자의 뛰어난 열 명의 제자를 일컫는 공문십철(孔門十哲)에 속한다.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자장은 제후를 섬겨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어 했고, 소심한 자하는 벗을 사귈 때도 좋고 나쁨을 가리고 자기 수양에 힘썼다. 공자가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 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자장이 낫습니까?"라고 자공이 반문했다. 공자는 "그렇지 않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過猶不及)"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자장과 자하의 학문과 인품을 견주어 말한 것이 아니라 두 제자가 닦은 도(道)의 경중을 말하고 있다. 공자와 자공의 문답을 주희(朱熹)는 다음과 같이 풀었다. "도는 중용(中庸)을 지극함으로 삼으니(道以中庸爲至), 어질고 총명한 자의 지나침이 비록 어리석고 불초한 자의 미치지 못함보다 나을 것 같으나(賢知之過雖若勝於愚不肖之不及), 중용을 잃음은 매한가지다(然其失中則一也)"고. 결국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이므로 모든 일은 적당한 중용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후에 와서 '과유불급'은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불러오듯이 과격한 행동은 모자라는 행동보다 나쁘다는 것이다. 부족함은 채울 수 있지만 지나침은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용이 어려우면 차라리 모자람을 택하라는 지혜이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다. 입장은 달라도 국민을 위하는 목표는 같으니 타협과 절제가 필요하다. 만 건이 넘는 민생 법안을 제쳐둔 전쟁 같은 당쟁은 과유불급이다. 중용이 필요하다.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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