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 테러에 미군 공습까지…죄 없는 아프간 민간인 연일 숨져

입력 2019-09-20 15:23:37

17일 하루 동안 테러로 48명 사망…19일엔 미군 오폭으로 30여명 숨져
올해 상반기 민간인 1천366명 사망…공습 사망자는 363명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미국 대사관 인근 자살폭탄 테러 현장에서 보안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북부 파르완주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유세장 근처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카불에서도 폭탄 테러가 발생해 6명 이상이 숨졌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미국 대사관 인근 자살폭탄 테러 현장에서 보안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북부 파르완주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유세장 근처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카불에서도 폭탄 테러가 발생해 6명 이상이 숨졌다. 연합뉴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 결렬 후 양측 간 공세가 격렬해지면서 테러와 공습 오폭으로 인한 사망자가 쏟아졌다.

2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밤 아프간 동부 난가르하르주(州)의 산악지대에서 잣 수확 작업을 마친 농부 30여명이 미군 드론 공습으로 목숨을 잃고 40여명이 다쳤다. 미군은 이 지역으로 숨어든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을 소탕하려다 실수로 민간인을 향해 폭탄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마을의 원로인 말리크 라하트 구트는 "공습이 발생했을 때 여기 작업 인부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주위에 모여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마을 원로들은 지난 7일 주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곧 시작될 잣 수확 시즌에 200여명의 인부와 어린이가 일할 예정이니 이들을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참변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의 무자비한 테러도 비극을 낳고 있다. 지난 17일에 북부 대선 유세장과 수도 카불 등 두 곳에서 잇따라 자폭 테러가 발생, 하루 동안에만 48명 이상이 숨졌다. 사상자 대부분은 민간인으로 이 중에는 어린이와 여성도 많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에도 남부 정보기관 건물을 겨냥한 차량 폭탄 공격으로 20여명이 숨졌고 97명이 다쳤다. 정보기관 요원 사상자는 거의 없었고 역시 대부분 민간인이 희생됐다.

아프간에서는 이달 초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뒤 양측 간 교전이 격렬해졌다. 지난 14일 미국이 공습에 나서 탈레반 조직원 38명을 살해하는 등 공격 수위를 크게 높였다. 이에 탈레반도 미군 등과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내전·테러로 희생된 아프간 민간인 사상자 수는 3천812명(사망자 1천366명)으로 집계됐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아프간 민간인 사상자 수는 UNAMA가 집계를 체계화한 2009년 이후 가장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는 정부군, 서방 다국적군 등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의 수가 717명으로 반군 공격에 의한 사망자보다 더 많았다. 특히 미군과 정부군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는 363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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