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3인, 대구경북의 ‘산과 강, 골목’을 노래하다
대구 시단(詩壇)을 이끌고 있는 이하석(대구문학관 관장), 강현국(시와반시 주간), 윤일현(대구시인협회 회장) 시인이 '시와반시 기획 시인선'으로 독특한 시집을 같은 날 출간했다.
이하석 시인의 '향촌동 랩소디', 강현국 시인의 '구병산 저 너머', 윤일현 시인의 '낙동강이고 세월이고 나입니다'이다. 3시집 모두 대구경북을 소재로 한 작품 25편씩을 각각 수록한 작은 시집이다.
◇ 얇지만 두꺼운, 작지만 무거운
시집을 제안한 사람은 이하석 시인이고, 그 제안을 기획하고 형상화해낸 이는 강현국 시와반시 주간이다. 두 시인은 "시집은 보통 50편 전후로 구성된다. 시집은 소설집보다 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경우는 드물다. 상징과 함축, 생략과 비약, 낯설게 하기 등 시작(詩作)의 기법 때문에 전후 맥락, 인과 관계 등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소설보다는 이해가 어려워, 얇지만 완독 시간은 더 많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하석, 강현국, 윤일현 시인은 "1시간 전후로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시집을 만들자. 먼저 우리 지역(대구경북)을 다룬 시를 모으자. 시집 말미에 어렵고 현학적인 해설을 덧붙여 오히려 독자들 힘들게 하지 말고, 각 시인의 산문을 실어 독자들이 시와 시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자"고 합의했다. 그렇게 해서 얇지만 두껍고, 작지만 무거운 3권의 시집이 탄생했다.
◇ 대구 향촌동에 누가 살았을까

이하석 시인의 '향촌동 랩소디'는 골목이 간직한 문화의 발자취를 사회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품이다. 그는 "향촌동은 조선시대 경상감영의 중영과 대구부가 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와 70년대까지 향촌동은 대구의 번화가였다. 6.25 이후에는 유명한 술집거리였다. 피란 온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어울려 곤혹스러운 나날을 술로 달래던 곳이다. 그래서 '피란 문학의 거점'으로, 또는 '한국문단의 50년대 초반 무렵의 중심거리'로 꼽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하석의 '향촌동 랩소디'는 향촌동이라는 공간을, 향촌동이라는 사실로 읽어내고 있다. 피란 종군작가단, 백록이니 백조니 하는 다방들, 막걸리와 호기롭게 긋던 외상, 화월여관과 경복여관, 녹향과 르네상스 음악감상실, 성인 디스코텍…. 그 모든 것들은 향촌동이 세월의 모퉁이를 돌며 만나고, 악수하고, 작별했던 사실들이다. 그 사실들이 있기에 향촌동이 우리가 아는 향촌동인 것이다. 61쪽, 8천원.
◇ 지금은 없는 그곳에 대한 갈망

강현국 시인의 '구병산 저 너머'는 산에 스민 고독한 실존을 개인사적 관점에서 탐색하는 작품들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출생지인 상주의 구병산을 소재로 산에 스민 자신의 고독한 실존을 탐색하고 있다. 강 시인은 "지난 40년이 너무 멀고 낯설다. 대구에서 3시간이면 구병산 날벼랑에 닿을 수 있겠지만 황간이나 영동 부근 어디쯤에서 나는 차를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며 한숨 쉰다. 그러면서도 강 시인은 지금도 특별한 일이 없을 때에는 고향 상주 구병산 자락에 있는 집을 찾아 꽃을 가구고 마당의 풀을 뽑는다.
강 시인은 "분주한 일상에서 참된 자아를 상실했을 때, 고향이 낯설어질 때, 밤 깊어 더 낯선 객지의 삶 속에 찬바람 불 때 우리들의 마음속에서는 잃어버린 고향이 먼 곳으로부터 눈을 뜹니다. 먼 곳에 대한 동경은 지금은 잃어버린 시원을 향한 갈망입니다"고 말한다. 43쪽, 8천원.
◇ 모난 돌 나무라지 마라

윤일현 시인의 '낙동강이고 세월이고 나입니다'는 '강에 잠긴 궁핍한 삶의 서사'다.
윤 시인은 '낙동강'의 시인이다. 시인들은 윤일현의 시를 이렇게 말한다. "윤 시인의 낙동강 연작은 부드럽고 맑은 서정의 옷을 입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는 역사와 인간을 향한 뜨거운 가슴을 다스리고 있다.(이태수)" "그의 낙동강 연작은 강의 '흐름'을 중심으로 한 가족사와 이웃들의 삶의 표정을 물그림자처럼 아로새겨, 순박하면서도 질박한 서정으로 감싸고 있다.(이하석). 맑은 서정성과 투철한 시대 의식이 가로세로로 치밀하게 얽짜여 있다(도종환)"
'모난 돌이라 욕하지 마라//둥근 네가/온 세상 굴러다니며/세상 잡것들과 몸 섞으며/온갖 저지레를 다하는 동안//모가 나서 /어느 쪽으로도 구를 수 없는 나는/해와 달, 저 철새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여기 이 강 언덕에 붙박이로 살았노라//때론 모난 돌이/떠돌이들의 이정표임을 잊지 마라' -윤일현 '모난 돌'- 65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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