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디자인 흐름 주도 인물 평가
루이지 콜라니가 남긴 디자인 5천여 개. 미공개 작품 4천여 개
큇바퀴에 쏙 들어가는 폴더형 이어폰도 그의 대표작
10년 전 일이다. 현대자동차가 YF 소나타를 내놓았을 때 디자인을 두고 말이 많았다. '파충류' '곤충' '역동' '파격'이라는 혹평과 찬사가 공존했다. 대중 모델에 너무 앞서간 옷을 입혔다는 동정도 있었다.
오늘날 모든 디자인을 아우르는 핵심용어는 생명체다. 이는 곧 곡선미와 역동성을 의미한다.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 직선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곡선 위주의 생명체와 같은 형상에서도 최고의 기능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소나타의 디자이너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싶었을 것이다.


21세기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꾼 한 디자이너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
현지시각 16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디자인계의 거장' 루이스 콜라니가 독일 남서부의 도시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루이지 콜라니는 현대 사회 모든 디자인의 흐름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28년 독일 출생인 그는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조각과 회화를,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공기역학을 전공했다. 그의 디자인 세계는 예술 감각과 공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다. 출발점은 자연에 대한 영감이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자연은 각(角)을 만들지 않으며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나의 디자인 세계는 모두 둥글다"
그가 내세우는 자연미와 곡선 위주의 디자인은 제조업 부흥기인 1970~80년대에는 실현되기 어려웠다. 제조기술과 원가 탓이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빼고 제품을 논할 수 없는 오늘날 그의 디자인 철학은 현재와 미래의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루이지 콜라니는 세계 최초로 유선형 디자인 설계를 자동차와 비행기 디자인에 도입해 찬사를 받았다. 또 자동차에 최초로 몸체(바디)와 프레임을 일체형으로 결합한 '모노코크' 방식을 적용한 스포츠카 모델을 지속적으로 제작했다. 1989년 페라리를 위해 디자인한 수퍼카 '콜라니 페라리 데스타 도로'의 경우 시속 351k㎞를 달려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큇바퀴에 쏙 들어가게 디자인한 소니 폴더형 이어폰도 그의 대표작이다. 오늘날 익숙한 이어폰 디자인의 첫 모델이 됐다. 캐논 카메라 T90도 빼놓을 수 없다. 오른손 쥐는 부분에 불룩한 손잡이(그립)를 채택한 이 카메라는 DSLR 카메라 디자인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남긴 디자인은 5천여 개다. 미공개 드로잉 작품도 4천여 개에 이른다. 볼펜부터 도자기, 카메라, 가구, 자동차, 항공기 등 다양하다. 제품, 환경, 인테리어, 패션 등 거의 모든 디자인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물이다.

그의 활동 무대는 유럽이나 미국만은 아니었다.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 경력을 쌓았고 최근에는 수년간 중국에 머물며 중국 디자인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강연했고, 지난해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강연과 언론을 통해 한국은 중국에 비해 산업체계 질서가 잘 잡혀 국내기업들이 디자인 역량에 집중하면 주변국들보다 강국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한편 루이지 콜라니 한국 독점 상품화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꼴라니디자인코리아(공동대표 우현진·이동호)는 콜라니 추모전을 준비하고 있다. 11월 6~10일 경기도 고양시 킨덱스 제1전시장에서 T600 미래형 스포츠카와 콜라니 개구리 오토바이 등 그의 대표 유작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