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사실에 근거해서 자녀 이해하기

입력 2019-09-22 06:30:00

사람들은 세상을 얼마나 사실에 근거해서 이해할까요? 그리고 자신을 얼마나 객관화해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부모로서 내 자녀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요? 인간의 뇌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속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즉각적인 위험을 피하기도 하지만, 잘못된 해석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비합리적 특성을 알고 나면 자녀를 온전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정신적 승리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아Q

루쉰의
루쉰의 '아Q정전' 표지.

중국 근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루쉰의 '아Q정전'을 소개합니다. 주인공 아Q는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당시 중국과 중국인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세상의 중심이자 대국이라 자부하던 중국이 과거의 영광에 함몰되어 현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아Q를 통해 표현합니다.

아Q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정신적 승리법'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면 그 억울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 뺨을 두 대 갈깁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이 누군가를 때렸으니 후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런 정신적 승리법으로 매 순간을 살아갑니다.

안타깝게도 그가 현실을 직감한 때는 죽음이 코앞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어서 아Q는 그렇게라도 살아내려고 했던 걸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Q는 스스로를 객관화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아Q 개인의 문제였을까요? 사실 아Q가 아Q로 될 수 있었던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을 궁금해 하기보다는 오해와 무지 가운데 쉽게 단정하고 비난하고 일반화합니다.

그렇다면 부모인 우리는 자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있지는 않나요? 부모의 오해나 편견, 혹은 무지로 자녀를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나요? 혹은 부모의 욕망이나 상처가 투영되어 아이의 좋은 점은 놓치고 부족한 부분에만 주목하고 있지는 않나요?

◆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의 필요성

한스 로슬링의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표지.

'팩트풀니스(Factfulness)'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책의 머리말에서 "이 책은 세계에 관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내 평생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다.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비합리적 두려움을 잠재우고, 사람들의 힘을 건설적 활동으로 돌리기 위해 내가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마지막 시도다"라고 밝힙니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10가지 비합리적인 본능을 정확한 데이터와 함께 제시하며 우리의 무지를 건드립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오류를 범하는 걸까요?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간극 본능,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부정 본능, 생존적 두려움 때문에 일어나는 공포 본능,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단일 관점 본능,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비난 본능,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데서 오는 일반화 본능, 비율을 왜곡해서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크기 본능 등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들은 흔히 자녀를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로 구분합니다. 아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간극 본능이 발동한 것인데요. 사실 이런 사고방식에서는 공부를 중간 정도하는 대다수의 아이들이 사라집니다. 대부분은 중간에 분포되어 있는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부모의 잣대가 이 둘뿐이라면 양극단의 소수만 의미하는 좁은 시야가 되어버립니다.

또한 우리는 아이가 잘 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 안 되는 것, 나쁜 것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부정 본능)이 있습니다. 아이의 좋은 점보다는 부정적인 것에 더 크게 주목하면서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지요. 현재 아이가 잘 하고 있는 부분은 당연시하거나 간과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자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 참 쉬운 것 같아 보이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대로 사는 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해서 세상과 자녀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속의 아Q를 경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아닐까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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