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만남 이해하기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방법으로 현실을 만나고 이해하던 것이 변하고 있다. 오늘날은 움직이는 현실이 바로바로 전해진다. 문자문화가 전자매체를 만나 '0'과 '1'의 숫자코드로 단순화된 '디지털 이미지'가 된다. 전할 내용들이 문자, 회화, 사진, 컴퓨터 형상(CG)같은 다양한 재현영상에 실려 빠른 속도로 다수에게 전해진다. 과연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에 전자기기의 수동적 소비만 하면 될까? '이미지 인문학'은 스마트 환경에 적응이 어려운 '인문학적 실체'에 닥친 재난에 대해 경고한다.
2008년부터 기술미학연구회와 함께 뉴미디어인 '이미지, 사운드'와 올드미디어인 '인문학'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이 분야에서 진중권 작가의 기획, 교육, 연구, 저술활동은 특히 뛰어나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학과 학‧석사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이미지 인문학'은 1~2권으로 각각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와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를 말한다. 디지털의 철학, 리얼 비추얼 엑추얼(가상현실), 파타피직스(패러디 과학), 지표의 진실, 실재의 위기(1권), 디지털 사진의 푼크툼, 언캐니, 휴브리스와 네메시시, 인 비보‧비트로‧인 실리코, 디지털 미학(2권)등이 그것이다.
조각상이 놓여 있어야 할 받침대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휴대용 모니터를 통해 보면 그 빈 곳에 가상의 금송아지가 나타난다. 그 모니터는 손에 들린 각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시점을 바꿔주기 때문에, 관객은 마치 현실의 금송아지를 투명한 창문을 통해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가상에 불과한 그 금송아지의 표면에는 현실의 공간이 반영된다. 전시될 공간의 인테리어를 미리 촬영해 입력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가상의 객체가 현실로 나온다는 전설이 실현된다. (p64)
'스마트'로 대표되는 '정보혁명'시대에는 '이미지를 못 읽는 자가 새로운 문맹자로 전락'(p136)한다.
'클릭', '더블클릭'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도 나이가 든다. 이미지와 사운드를 직접 만드는 주체들도 새로운 체계에 적응한다.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노인들이 늘고, 교통카드를 만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상거래에도 적극 활용한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무심히 거닐다 잠시 사진작가가 되기도 한다. 손 안의 스마트 폰은 손쉽게 바다로부터 아주 멀리 떠가는 조각배를 큼직한 사진으로 건져내 보여준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오늘도 다양한 전문지식들이 기술소비자를 만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새로운 기술소비자를 만난 뉴미디어 기술은 분명 현실과 가상이미지 중간쯤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다.
주어진 것을 담아 전달하던 사진적 현실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시도는 주체적인 활동에 있다. 이제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나치게 쉽게 아무 사진이나 전체 공개로 올릴 수 있어서 더욱 문제가 된다. 인터넷 상에 조심성 없이 올린 개인의 정보들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는 세계의 이름 모를 친구신청이 매일 도착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경계도 없다. 말 걸어주는 이가 많아서 디지털 세상은 행복하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행복하게 소통하고 있다면 더욱 좋을 것도 같다.
서강 학이사 독서아카데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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