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차보다 52년 앞선 전기차
대형 유전 개발로 무대 뒤 밀려나
환경오염 심해지면서 다시 각광
지역 경제 미래도 전기차에 달려
미래 자동차의 중심에 있는 전기차의 역사는 놀랍게도 가솔린 자동차 역사보다 길다. 독일의 칼 벤츠가 2인승 3륜 가솔린차를 발명한 것은 1886년이지만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전기차를 발명한 것은 1834년으로 전기차 발명이 52년이나 앞섰다. 1900년 뉴욕에는 2천여 대의 전기차가 운행됐고, 한때 미국 전역에서 3만3천842대의 전기차가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전기차는 1908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한 T형 포드를 내놓자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거운 배터리 중량, 긴 충전 시간, 일반 자동차의 두 배가 넘는 가격 등도 대중화의 발목을 잡았다. 더구나 1920년대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면서 전기차는 가솔린차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무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1996년 GM이 EV1을 개발하면서 다시 세상에 나타난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던 2003년, GM 회장은 EV1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수백 대의 EV1을 압착하여 폐차시키고 도로에서 주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박물관, 학교 등에 기증해 버렸다. GM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었다. 왜 GM은 갑자기 EV1 프로젝트를 중단했을까?
2006년 크리스 페인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전기자동차를 누가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에 답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구 환경을 구할 획기적 발명품인 전기차를 누가 죽였는지 추적하는 내용이다.
미국 석유업체, 자동차업체, 석유업체와 자동차업체의 로비를 받은 미국 정부 모두가 주요 용의자로 지목됐다. 전기차 판매가 증가할수록 손해를 보는 석유업체를 비롯한 이들이 전기차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심지어 EV1을 만든 GM도 내심 전기차에 부정적이었음이 당시 GM의 EV1 TV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황폐한 벌판에서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하게 서 있는 남루한 걸인이 멀리서 주행하는 조그만 EV1을 쳐다보는 어두운 분위기의 영상에서 EV1을 소비자에게 팔고 싶지 않다는 GM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이유야 어떻든 15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는 다시 지구 환경을 구할 미래차의 중심이 됐다. GM 경영층이 EV1을 포기하지 않고 전기차 개발을 계속했더라면 지금의 테슬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기차는 지금도 자동차업체에 그다지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다. 전기차 부품수는 1만8천여 개로 내연기관차의 60%에 불과하다. 6천900개 엔진 부품은 모두 사라지고 구동, 전달 및 제동 부품은 5천700개에서 3천600개로 줄어든다.
주요 제품이 엔진과 변속기에서 배터리, 인버터, 컨버터, 모터, 감속기 등으로 바뀌어 자동차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테슬라 같은 신생업체도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완성차 업체가 헤게모니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GM에서 생산하는 볼트(Bolt) 전기차는 차량 부품 가격의 56%에 해당하는 제품이 LG 제품이다. LG전자에서 구동모터, 인버터, 디스플레이 및 오디오, 냉난방기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한다. 또 LG화학이 배터리·전력관리시스템, LG이노텍이 조향장치 모터, ABS 모터, 후방 카메라, 센서 등을 공급하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행거리가 길며, 배터리 제조단가가 낮아야 한다. 1996년에 비해 전기차 제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전기차 주행거리와 관계 있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wh/㎏)는 1997년 EV1 31에서 2016년 GM 볼트 138, 2018년 재규어 I-Pace 150으로 5배나 증가했다.
주행거리는 EV1 112㎞에서 GM 볼트 383㎞, 재규어 I-Pace 470㎞로 늘어났다. 배터리 제조 원가(달러/㎾h)는 2012년 1000에서 2019년에는 150 이하로 15%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 제조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지구 환경오염이 심각한 요즈음 다시 전기차를 죽일 일은 없을 것이다. 자동차 부품 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 경제의 미래는 전기차의 미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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