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국악작곡가
하루의 해가 뜨고 가장 밝은 빛을 내었다가 지상 저편으로 점점 넘어간다. 그리고는 황혼의 붉은 빛이 온 하늘을 물들였다가 이윽고 완전히 넘어가면 어둠이 찾아온다. 어둠이 오고 나서야 비로소 달과 별이 영롱한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때는 어둠 속의 길잡이가 되어 우리에게 길을 인도한다. 그 빛은 새벽녘 동이 틀 때까지 어둠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요즘엔 도시에서 밤하늘을 보면 별들을 찾기가 힘들다. 공기 좋은 시골에 가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나에게 떨어지듯 아름답게 수를 놓아 그 빛을 뽐내고 있어서 정말 아름다운데,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북두칠성만이 그 자리를 지키며 나의 시선 속으로 들어온다. 계절에 따라 별자리를 찾는 재미도 있을 텐데….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삶의 여유를 찾을 시기가 온다면 나는 별이 많이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선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우리 전통 여창가곡 중에 '계면 평롱 북두칠성' 이라는 곡이 있다. 작자 미상의 아름다운 시조에 음률을 붙여 노래하는데, 여창 특유의 부드러움과 격렬함이 내포되어 있는 긴 호흡의 정가곡이다. 간절히 그리워하였던 임을 만났지만 날이 밝아 오면 다시 이별해야 하니 안타까운 마음에 북두칠성 별님에게 아침이 오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북두칠성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별님에게/ 안타까운 마음에 소원 하나 아뢰나이다/ 그리던 님을 만났지만/ 정다운 말을 채 나누기도 전에/ 날이 새려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오늘밤만 삼태성에 명을 내려/ 샛별을 거두어 주소서'
여기서 삼태성은 북두칠성 아래에 있는 세 개의 별을 가리키는데, 북두칠성과 삼태성 모두가 오늘날에는 큰곰자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북두칠성이 임금님과 왕후로 보고, 삼태성이 임금 바로 아래의 신하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북두칠성에 소원을 빌며 삼태성에게 명을 내려 달라고 부탁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시조 마지막 부분에 샛별(사잇별)을 거두어 달라고 하였는데, 이는 금성(金星)을 말하는 것이다. 금성은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으로 지구에서 볼 때 태양, 달, 다음으로 밝게 빛나는 천체이다. 그래서 가장 밝은 곳에 있을 때는 대낮에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금성이 지구 궤도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있어서 언제나 태양 주변에 보이는데, 초저녁 무렵 서쪽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저녁별', '태백성'이라 하고 새벽에 동쪽하늘에서 보이는 금성을 '샛별', 또는 '계명성'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동쪽하늘에 샛별이 뜨면 곧 아침이 되어 사랑하는 임과 다시 헤어져야 하니 여명이 밝아오지 못하게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풍성한 한가위를 맞아 우리도 각자가 바라는 소망을 저 북두칠성 일곱 별님께 간절히 전하여 보면 좋을 듯하다.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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