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복한 노후 멀기만 할까

입력 2019-09-26 10:23:28 수정 2019-09-26 19:07:02

이재수 이재수한의원장·대구한의대총동창회장

이재수(이재수한의원장·대구한의대총동창회장)
이재수(이재수한의원장·대구한의대총동창회장)

장수(長壽)는 축복일까? 나이가 들어 늙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장수는 분명 축복이다. 그러나 노년에 건강을 잃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심리적, 경제적 부담 등으로 가족 간의 불화와 갈등, 고통을 겪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행복한 노후는 멀기만 한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은 약(藥)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한의사로서 마음이 무겁다. 마음먹고 생활습관만 바꾸면 질병 예방이 가능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데, 실천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약의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을 알게 된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2년 한 해 동안 270일 이상 약물 처방을 받고 입원 경력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 300만7천620명을 2013년부터 5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질병 치료를 위해 5개 이상 약물을 처방받은 노인은 4개 이하를 처방받은 노인보다 입원 및 사망 위험이 각각 18%와 25% 높게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할 말을 잃게 한다. 대상자 가운데 5개 이상 약물(다제약물)을 처방받은 노인은 46.6%, 이 중 '부적절 처방'을 받은 비율이 47.1%로 4개 이하의 약물을 처방받은 노인보다 33.2%포인트 높은 것이다. 고령화로 다제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환자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건강한 삶은 힘들기만 한 것일까? 약이 없는 건강한 사회가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사망 전 10년간 요양시설 이용자의 1인당 평균 입원 일수와 비용을 발표했다. 노인들의 요양시설 이용 인원과 기간을 살펴보면 2016년 11만2천554명이 593일, 2017년 12만2천531명이 661일, 지난해는 13만1천802명이 707일(약 1년 11개월)을 요양시설에서 보냈다.

요양시설에서 생애 마지막 2년의 삶을 마감하는 사회. 어떻게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이는 가족은 물론이고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요양시설 이용 기간이 길수록 삶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복한 말년을 위해선 요양시설 이용 대신 다양한 재가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문 진료와 방문 간호, 방문 재활 등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시설로 향하는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26년부터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를 보편화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영국 등에서 실시하는 모델이다.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신의 집이나 동네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다양한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행복한 노후는 살던 곳에서 편안히 여생을 마치며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삶이 최선의 길이라 여겨진다. 또한 약물의 심각한 의존을 피하는 안정된 방법은 섭생에 유의하는 것이다. 과식, 과음을 피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등 양생의 지혜를 따르는 것이다. 물론 정신적·육체적 과로를 피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는 신체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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