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사람 보는 눈을 가지는 것은 통치의 기본이다. 과거 선현들이 '신하를 가려 쓰는 것'을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은 것과 같다. 반경(反經)의 저자 조유(趙莥)는 이를 두고 "사람을 아는 것이 군왕의 길"이라고 콕 짚었다.
군주의 사람 보는 눈은 중요하다. 군주가 어리석으면 자신을 위태롭게 하고, 나라를 위기로 몰고 간다. '이순신과 12척의 배'에 나라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사태를 자초했던 선조가 대표적이다. 선조는 '왜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던 황윤길을 서인이라는 이유로 내치고 '왜의 침략은 없다'고 한 동인 김성일의 보고를 받들었다. 정작 임진왜란이 터지자 선조는 한양을 버리고 달아나기 바빴다.
선조는 간신 원균의 꼬드김에 빠져 충신 이순신을 내쳤다. 결국, 다시 등장한 이순신은 12척의 배로 왜구와 맞서며 나라를 구했다. 하지만 선조는 천수를 누렸고 이순신은 전사했다. 이렇듯 어리석은 군주를 만나면 나라는 위태해지고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사리사욕이 앞서 군주의 눈과 귀를 흐리게 만든 간신은 역사에 널려 있다. 고려사에도 "세상에 간신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世未嘗無姦臣也)는 기록이 나온다. 문제는 이를 꿰뚫어보는 군주의 혜안이다. 송사 유일지전은 "천하의 다스림은 여러 군자로도 이루기 부족하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로도 남는다"(天下之治, 衆君子成之而不足, 一小人敗之而有餘) 했다.
그렇다 보니 온갖 '변간법'(辨姦法'간신을 가리는 법)이 나왔다. 한나라 유향은 '설원'(說苑)에서 이를 육사신(六邪臣'해로운 여섯 유형의 신하)이라 정리했다. 먼저 자리 보전에만 급급하며 사리사욕만 채우는 구신(具臣)이다. 오직 군주의 마음만 사로잡으려 하는 유신(諛臣)이 있고, 군주로 하여금 신하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사욕을 채우는 간신(奸臣)이 있다. 거짓으로 타인을 끌어내리는 참신(讒臣), 당파를 만들고 권세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적신(賊臣)이 이어진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이다.
육사신을 가려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간신열전에 그 예가 많다. 당 덕종때 노기(盧杞)는 현란한 말솜씨로 황제에게 다가갔다. 황권을 가리고 온갖 못된 짓을 했으니 장안에서 문을 닫지 않은 상점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변방 절도사들이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덕종은 도망치는 신세가 됐다. 노기는 반란을 진압한 절도사에 의해 처형됐다. 그래도 덕종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가 죽은 뒤 덕종은 말한다. "노기의 충정과 청렴을 모르고 사람들은 간사하다고 하니 짐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필이 답했다. "노기가 간신인 것을 폐하만 모르고 계십니다. 그것이 바로 노기가 간사하다는 증거입니다. 진작 깨달았다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나라가 들썩인다. 일개 장관 후보자를 두고 온 나라가 이렇게 흔들린 적은 없었다. 국민들은 그의 언행에서 '평등, 공정, 정의' 대신 '불평등, 불공정, 불의'를 읽는다. 그에게선 '법의 수호자'가 아니라 국익을 앞세워 사익을 챙긴 육사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노자가 꼽은 통치의 가장 하수는 '통치자를 조롱'하는 단계다. 지금 온 국민이 '조로남불'이니 '조국캐슬' '조적조'라며 조롱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침묵하고 범여권은 '조국 구하기'에 맹목적이다. 이에는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을 법하다. 그렇다면 진정 대통령이 그를 쳐내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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