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잊지 말아달라"…대구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기림의날' 행사

입력 2019-08-14 17:16:45

대구시·시민단체 관계자, 시민 등 70여 명 운집
“대구에 2명 남은 생존자 떠나면 어쩌나” 걱정도

14일 대구 희움 일본군
14일 대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 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됩니다. 할머니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두 번째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과 1천400차 정기 수요시위로 전국 곳곳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기리는 행사가 열린 14일, 대구에서도 "이들을 기억하고 끝까지 함께하자"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정신대시민모임)은 이날 오후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기림의날 기념식을 열었다. '기억과 행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대구시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시민 등 70여 명이 참가했다. 참석자들은 '기억과 행동'이라고 적힌 보라색 수건을 들고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를 세 번 외쳤다.

안경욱 정신대시민모임 이사장은 "매년 반복하는 행사인데도 할 때마다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이제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며 "시민들께서 할머니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시민(52·달서구 상인동)은 "어머니의 친구가 일본군 병참부대에 끌려갔다. 그분은 '교체품'으로 불리며 갖은 고난을 겪었다"면서 "몇 남지 않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이 같은 행사도 사라질까 두렵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언론에서 더 관심을 가지고 관련 행사를 꾸준히 이어나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일본 정부가 아직 과거의 침략과 지배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제 대구에는 두 분의 할머니만이 남아 계신다. 시에서는 두 분에 대한 생활안정지원과 역사기록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해 50만원이었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생활안정자금을 올해부터 100만원으로 두 배 올렸다. 기초단체에서 지급되는 지원금까지 합하면 서울시의 지원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시는 정신대시민모임과 '일본군 위안부 아카이빙 다큐 제작 사업'을 하고 있다. 시는 이날 2부 행사에서 공개된 '김순악'(가제) 다큐를 수정·보완해 완성본을 만들고, 올 연말쯤 해외 영화제 출품을 준비하고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