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두 가지 언어 능력

입력 2019-08-12 18:00:00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결혼이민여성들을 만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아이에게 우리나라 말(모국어)을 몇 살 때부터 가르치면 좋을까요?" 이러한 물음에는 자녀에게 우리 한국어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국어도 가르치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엄마나라(모국어)의 언어를 가르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프랑스의 뇌신경학자인 피에르 폴 브로카(P. P. Broca)가 지적했듯이, 만 5세 이전의 유아기에는 우뇌의 발달로 인해 여러 가지 언어를 함께 배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이중언어 교육'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이중언어 교육에는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어와 함께 결혼이민자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모국어를 익힌 상태에서 현지어인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물론 전자의 입장은 국제결혼가정 중에서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났을 경우에 가장 많이 필요한 교육이고, 후자는 주로 중도입국 자녀들이나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지역의 결혼이민여성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은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민여성들이 유독 많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들 중에서 자녀에게 베트남어를 꾸준히 가르쳐서 외가와 소통하는 일은 물론, 나중에 자녀의 진로에 큰 강점이 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러한 점을 알리기 위해 벌써 10년 전부터 우리 지역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필자는 해마다 대회를 직접 참관하고 있다. 참가한 학생들의 이중언어 능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또한 다문화가정 부모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의 아버지는 러시아 출신이었고, 어머니는 중국 출신이었으며, 부모의 대화는 영어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가정에서는 한국어를 포함하여 4개국의 언어가 혼재되어 있는 특수한 환경이었다. 이 학생은 첫해에 '중국어'로 참가하여 지역대회와 전국대회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하였고 그 다음 해에는 다시 러시아어로 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4개국의 언어가 사용되는 특수한 다문화가정도 있다. 따라서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이중언어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다문화가정 내에서 모국어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다음 달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각각 올해의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가 개최된다. 올해는 또 어떤 학생들이 자신의 이중언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모두를 놀라게 할지 벌써 기다려진다.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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