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독립군 전투식량, 그 윤곽이 밝혀지다

입력 2019-08-11 18:32:33

박정남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사진 오른쪽) 등이 14일 독립군 밥상 논문 발표 및 복원 시연회 준비를 위해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예미정 본채에서 독립군 전투식량과 전장음식, 신흥무관학교 생도밥상 복원 작업과 함께 상차림 전시 연습을 하고 있다. 예미정 제공
박정남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사진 오른쪽) 등이 14일 독립군 밥상 논문 발표 및 복원 시연회 준비를 위해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예미정 본채에서 독립군 전투식량과 전장음식, 신흥무관학교 생도밥상 복원 작업과 함께 상차림 전시 연습을 하고 있다. 예미정 제공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와 그해 10월 청산리 전투는 만주 항일무장투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독립전쟁 승전보였다.

당시 만주 항일 독립군은 열악한 환경에도 병참과 보급이 현대화된 세계 최강이라는 일본 정규군 1천500여명을 섬멸했다. 승전의 배경은 무기의 화력보다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특히, 이들 전투의 선봉에 섰던 독립군들은 신흥무관학교 생도를 주축으로 조직된 우리나라 최초의 항일 무장투쟁 군인들이었음이 각종 역사 자료를 통해 전해진다.

이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전투력을 뒷받침했던 전투식량과 독립군 밥상에 대한 연구가 안동 예미정에서 최초로 진행돼 14일 종가음식체험관에서 선보인다.

이날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에서는 '만주 독립군 밥상 연구논문 발표 및 복원 시연회'를 갖고 그동안 수집해 온 독립군 전투식량에 대한 자료와 한·중 학자들이 참가해 연구한 논문을 발표한다.

또, 이날 수집된 자료와 관련 논문을 토대로 항일 무장투쟁 당시 만주 독립군이 먹었던 전투식량을 복원, 일반에 공개한다.

이날 공개되는 독립군 전투식량은 장작불로 달군 가마솥을 이용해 옥수수반죽을 구워내 말려 건조한 '옥수수떡'과 옥수수·차좁쌀을 섞어 만든 잡곡밥을 소금물 적셔 손으로 뭉쳐낸 '배추우거지 주먹밥' 등이다.

또, '미숫가루', 옥수수를 가마솥으로 고아 만든 옥수수엿, 조청, 볶은콩 엿강정 등 중국 만주지방에서 흔한 옥수수를 재료로 전통 종가음식 조리기법으로 만든 것들이 선보인다.

만주 독립군 전투식량은 옥수수에다 콩가루나 건조두부를 섞거나 육포, 명태살 등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옥수수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강하고, 소금에 절인 콩자반으로 염분 섭취를 하도록 했다.

이처럼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일본군과의 전투 때 독립군들이 강인한 체력으로 강력한 전투력을 뿜어낸 배경에는 식품영양학적 고려도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표한다.

전투식량 외에 꿩고기 옥수수국수와 옥쌀밥, 버들치호박잎매운탕, 콩자반, 두부비지국, 차좁쌀 시루떡 등 신흥무관학교 생도밥상과 백서농장 등 독립군들이 주둔지와 월동지에서 먹은 기장쌀 조당수, 산토끼고기 감자만두, 산돼지고기로 만든 호국시탕, 산더덕잣죽, 월동 산개구리로 만든 기름개구리찜, 밀전병, 메밀전병 등 야전 식재료를 이용한 약 20여 가지의 전장음식이 소개된다.

박정남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대경대 교수)은 "근현대식 군 전투식량이던 건빵처럼 1920년대 전후에 벌써 휴대하기 편한 옥수수 건떡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독립군 전투식량으로 쓰였다는 것 자체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 속에서도 전투체력 유지를 위해 초청과 엿처럼 고칼로리·고열량 음식까지 개발해 활용한 선열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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