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동물병원 가기 힘든 경우 대비 집에 구비해둘 만한 '강아지 상비약'

입력 2019-08-07 18:00:00 수정 2019-08-07 18:18:45

취약한 질환 맞춰 '약 상자'…한밤중 응급 상황도 일단 안심

강아지 눈에 안약을 넣고 있다. 강민호 기자 kmh@imaeil.com
강아지 눈에 안약을 넣고 있다. 강민호 기자 kmh@imaeil.com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강아지를 돌보는 일은 갓난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특히 말 못하는 강아지가 아파 괴로워할 때 곧바로 대처할 수 없다면 난처하다. 당장 동물병원에 가기 힘든 한 밤중이나 휴가철 피서지에서 강아지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더욱 당황스러워진다. 아이가 다치면 연소를 발라주거나 열이 오르면 상비약을 꺼내 응급처치를 하듯 반려동물을 위한 상비약이 있을까? 강아지도 태생적으로 발생하는 가벼운 질병이나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기 직전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있다. 집에 구비해 둘만한 반려동물 상비약,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약국에 반려동물용 상비약이 전시되어 있다. 강민호 기자
약국에 반려동물용 상비약이 전시되어 있다. 강민호 기자

◆진실이네 상비약

"개는 말을 못하니까 응급 상황이 되면 매번 긴장하게 되요. 나이 드니까 아픈 데도 늘어나서 신경 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랍니다." 대구 칠성동에 사는 심영순(63) 씨는 진실이를 키우면서 오랜 기간 견(犬)바라지를 하고 있다. 진실이는 올해 12살 된 노령견이다. 영순 씨는 유기견 진실이가 4살이 되던 해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처음 집으로 올 때만 해도 건강하던 진실이는 어느덧 노령견이 되어 슬개골 탈구부터 탈모까지 여러 질병을 한꺼번에 안고 산다. 8년을 동고동락하면서 영순 씨는 웬만한 생활 질병에 대해서는 직접 응급처치를 하는 편이다.

동물병원에 데려가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몸을 긁거나 가벼운 상처 등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에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돌보고 있다. 영순 씨의 집에는 다양한 반려동물 상비약이 있다. 반려동물 상비약은 자가 치료 목적이 아닌 강아지가 빈번하게 경험하는 가벼운 질병이나 동물병원에 데려가기 전 응급처치 용품이다.

▶눈이 충혈되었을 때

진실이는 눈이 튀어나온 시츄 종(種)이다. 돌출된 눈을 가지고 있는 강아지는 각막이 외부에 노출돼 표면적이 넓어 세균이 들어가거나 눈이 충혈 되기 쉽다. 사람은 눈을 감고 있으면 자정능력으로 안구 청소가 되지만 강아지는 긁으면서 2차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안구 건강의 가장 핵심은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아지의 안구가 건조하다면 인공눈물이나 눈 전용 항생제를 넣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강아지 눈에 넣어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눈 항생제는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는데 차갑기 때문에 실온에 두거나 손에 쥐면서 미지근해 졌을 때 강아지 눈에 넣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동공에 직접적으로 넣기보다는 눈의 흰자에 떨어트려 주어야 강아지가 덜 놀란다.

안구 질병은 다음과 같은 증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강아지가 눈을 자주 비비거나 감는다. 또한 밝은 장소를 피해 그림자 아래에서만 눈을 뜨거나 실눈으로 쳐다보는 일이 지속된다면 강아지 눈 건강의 적신호로 볼 수 있다.

강아지가 상비약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강민호 기자
강아지가 상비약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강민호 기자

▶피부염이 발생할 때

영순 씨가 가장 괴로운 순간은 진실이가 종일 뒷다리로 얼굴 주위를 긁는 모습을 지켜볼 때였다. 처음에는 그런 행동이 동물의 습관이겠거니 여겼지만 점차 빈도수가 늘어나더니 결국엔 피가 날 때까지 긁어댔다. 동물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고 피부염 약을 받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영순 씨는 진실이의 염증 부위가 줄어들고 긁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로 집에서 발라주는 연고제를 처방받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진실이가 같은 부위를 긁기 시작하면 상비약으로 사다 놓은 연고를 발라주었다. 응급처치로 긁기를 멈출 때도 있고 증상이 심할 때는 동물병원을 찾았다.

수의사는 피부염 연고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주 1회 이상은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사람도 피부과에서 처방받았을 때 약 성분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강아지 피부약에도 그 성분이 똑같이 함유되어 있어 약에 대한 내성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벼운 상처를 소독할 때

노령견 진실이는 시력이 많이 나빠진 탓인지 모서리에 부딪혀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잦다. 물론 약간 긁히거나 털이 빠지는 정도인데 영순 씨는 작은 상처도 덧나거나 곯지 않을까 걱정이다. 상비약으로 준비한 것이 클로르헥시딘 성분이 들어간 소독약이다. 강아지를 소독할 때 사람과 마찬가지로 휘발성으로 세균을 날려주는 알코올, 거품을 형성해 몸에서 세균을 떼어내는 과산화수소, 그리고 감염된 부위를 살균하는 포비돈을 사용할 수 있다. 글로르헥시딘 성분의 소독약은 보관에 용이하고 감염을 초기에 방지하는 효과가 탁월해 상비약으로 적합하다.

강아지는 외상으로 상처가 생기면 혀로 핥거나 긁기도 하는데 입 속에는 세균이 가득해 감염이 될 수도 있고 긁는다면 상처 부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강아지는 진균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빠른 소독은 중요한 응급처치이다. 따라서 소독약은 항시 두고 사용하기 적합한 상비약에 속한다. 또한 클로르헥시딘 성분의 소독약은 상처가 없어진 후에도 환부가 가려워 긁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심장사상충 감염을 예방할 때

심장사상충(또는 개사상충)은 모기를 통해 강아지 몸 속으로 침투하는 실처럼 생긴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이 강아지 혈관에 침투해 자라 혈액순환을 막거나 폐조직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순 씨도 강아지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되기 쉽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다. 진실이가 어릴 때는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최근에는 몸에 바르는 제품과 섭취형으로 바꾸었다. 형태는 다르지만 심장사상충 약은 심장사상충이 강아지 몸에 들어왔을 때 유충이 자라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고기의 식감과 향이 나는 모양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범어동 애니약국 000약사는 "심장사상충 예방 약은 장기간 규칙적으로 복용하기 때문에 강아지와 생활하는 집에서는 연간 복용량을 상비약처럼 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장사상충은 감염이 되면 치료비가 수백만 원에 달하고 완치율이 낮아 약을 꾸준히 복용해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추가)심장치료 패치

노령견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심장치료 패치를 구비해 두는 것도 좋다. 귀 안쪽에 바르는 연고나 붙이는 패치 형태의 상비약은 강아지의 호흡이 고르지 못할 때 심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장 박동을 안정화시킨다.

도움말=동인동물병원 최동학 원장. 애니약국 박완성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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