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고객은 모르는 백화점 'VIP'의 세계는?

입력 2019-08-05 15:26:28

“특별하게, 더 특별하게”

백화점 VIP 또는 VVIP 회원은 씀씀이가 일반 고객과 차원이 다른 만큼, 제공받는 혜택도 남다르다.
백화점 VIP 또는 VVIP 회원은 씀씀이가 일반 고객과 차원이 다른 만큼, 제공받는 혜택도 남다르다.

지난 2일 오후 대구의 한 백화점. 발렛데스크 앞으로 외제차량 한 대가 들어섰다. 차량이 들어서자 한 주차요원이 달려가 차문을 열어준다. 직원이 주차하는 동안 한 여성 고객은 유유히 백화점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최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라운지로 안내된다. 커피나 각종 음료가 제공되는 것은 기본이다. 백화점 업계에선 이들을 VIP(Very Important Person) 또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고객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큰 손'들이다. 한번에 수백만원씩 연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어치의 명품을 구입하는 VIP들이야 말로 백화점에서 볼 때 '왕'처럼 모셔야 할 사람들이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VIP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며 백화점에서는 어떤 마케팅을 하는지 들여다 봤다.

◆그들은 특별함을 원한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VIP는 등록된 회원 본인보다 '부인'인 경우가 많다. 가끔씩 회원 당사자가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매장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부인이 혼자 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찾는다. 백화점 관계자는 "이들은 세일 기간 등 혼잡한 시간은 피하고 평일 느긋하게 쇼핑을 즐긴다"고 했다.

VIP 고객들은 개인의 성격 등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수가 확실한 차별 대우를 원한다. 명품을 구매하면서 자기 만족을 느끼고 남들이 명품 구입을 알아주길 원한다. 일부 회원들은 외부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라운지를 이용하지 않고 혼자 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 업계가 VIP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장기화된 내수 침체 속에서도 VIP 고객의 씀씀이는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일반 고객들은 경기 흐름에 따라 소비심리가 급변하지만, VIP 고객들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고 견고한 소비성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일반 고객 매출 등에선 죽을 쑤고 있는데 그나마 버티는 것은 VIP 덕분"이라며 "경쟁사의 VIP 전략을 주시하며 관련 마케팅 콘텐츠 다변화, 고객 유치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껴야 지갑은 연다"고 했다.

VVIP 고객이 대백프라자 프라임애플클럽 라운지에서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퍼스널 쇼퍼 서비스는 프라임 애플고객이 사전예약을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을 예약하면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 취향, 디자인 등을 고려해 구매 예상품목을 퍼스널 쇼퍼룸에 세팅해 고객의 구매를 도와주는 제도다. 매일신문 DB
VVIP 고객이 대백프라자 프라임애플클럽 라운지에서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퍼스널 쇼퍼 서비스는 프라임 애플고객이 사전예약을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을 예약하면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 취향, 디자인 등을 고려해 구매 예상품목을 퍼스널 쇼퍼룸에 세팅해 고객의 구매를 도와주는 제도다. 매일신문 DB

◆VIP의 자격 요건

일반 고객을 우수고객으로 신분 상승시키는 기준은 연간 구매액이다. 하지만 백화점마다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대구백화점은 1년간의 최근성, 방문빈도, 구매금액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해 PAC(Prime Apple Club)회원, APPLE 회원, DMC(Debec Member's Club) 회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PAC회원은 6천만원 이상, APPLE회원은 2천500만원 이상, DMC 회원은 1천500만원 이상이다.

대구백화점 최장훈 홍보팀장은 "VIP 고객 선정 기준은 최근성(Recency), 구매 횟수(Frequency), 매출(Monetary) 등의 평가를 통해 선정된다"면서 "연령층도 20, 30대도 있는 등 다양하다. VIP 회원들은 신분과 직업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우수 고객을 크게 'MVG'(Most Valuable Guest)와 '애비뉴엘'로 나눈다. MVG는 모든 제품의 구매액을 기준으로 선정하고, 애비뉴엘은 명품 구매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MVG는 네 가지 그룹으로 분류된다. 연간 구매금액별로 1억원 이상은 레니스, 6천만원 이상은 프레스티지, 4천만원 이상은 크라운, 에이스 고객 선정 기준은 점포별로 다르다. 에비뉴엘은 연간 1억원 이상이면 LVVIP(Limited Very Very Important Person), 6천만원 이상이면 VVIP, 3천만원 이상이면 VIP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포인트 5천 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TCP'(Top Class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등급은 자스민 블랙(자체 기준)과 자스민 블루(자체 기준), 자스민(4만 점 이상), 플래티넘(2만 점 이상), 골드(5천점 이상) 총 5개로 나뉜다. 포인트는 백화점카드로 1천원 구매 시 포인트 1점이 적립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연간 구매금액이 400만원 이상이면 '레드'로 VIP에 입문 가능하다. 연간 구매금액 800만원 이상은 블랙, 2천만원 이상 골드, 4천만원 이상 플래티넘, 6천만원 이상 다이아몬드 등이다. 최상위 999명은 VVIP인 '트리니티'라는 등급에 선정된다.

백화점 VIP 회원이 되면 상시 할인 혜택을 제공받는 것 외에도 생일이나 명절 때 등급에 따라 선물을 제공 받는다.
백화점 VIP 회원이 되면 상시 할인 혜택을 제공받는 것 외에도 생일이나 명절 때 등급에 따라 선물을 제공 받는다.

◆VIP고객 어떤 대접 받을까?

VIP 고객들은 씀씀이가 일반 고객과 차원이 다른 만큼, 제공받는 혜택도 남다르다. 이들의 공통적인 부분은 상시 할인 혜택을 제공받는 것 외에도 생일이나 명절 때 등급에 따라 선물을 받는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무료 음료가 제공되는 라운지 이용과 주차를 대행하는 발레파킹이다. 라운지는 철저히 등급에 따라 나뉘어 있다. 각 백화점들은 일반 고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다소 비밀스러운 공간에 등급별 라운지를 두고 있다. VIP 고객은 전용 카드를 이용해 라운지로 입장한다. 카드를 대면 얼핏 보아서는 단순한 벽면처럼 보이는 출입구가 비로소 개방되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무료다. 백화점에 따라 1~3인의 일반 고객을 동반해 입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차별화된 서비스로 꼽히는 것은 최상위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쇼핑 가이드 제도. 백화점의 전담 직원이 직접 고객을 수행하면서 해당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신상품과 패션 트렌드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한다. 대구백화점은 VVIP고객을 위해 ''퍼스널 쇼퍼 서비스'(personal shopper)를 제공하고 있다.퍼스널 쇼퍼 서비스는 프라임 애플고객이 사전예약을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을 예약하면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 취향, 디자인 등을 고려해 구매 예상품목을 퍼스널 쇼퍼룸에 세팅해 고객의 구매를 도와주는 제도다.

대백 최장훈 홍보팀장은 "VIP 고객은 일반 소비자보다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정성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커피 원두가 바뀐다거나 음료 제공량이 조금만 달라져도 금세 불만이 접수돼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VIP의 소비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 VIP들이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소비 주체인 만큼 백화점에서는 VIP회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는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IP 고객도 불안하다?

연간 구매액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VIP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 백화점들은 매년 말 구매액 커트라인을 넘긴 고객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 최종 선정한 뒤 개별 통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간 구매 총액을 결산하는 연말이면 각 백화점에는 고객들의 전화 문의가 이어진다. 자신의 구매 총액 누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 기준 금액에 부족하면 연말에 많은 구매를 하는 회원도 있다. 등급별 커트라인을 넘겨야 이듬해에 VIP 고객으로 재선정되거나 신규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기존의 VIP 고객들의 상당수도 등급 상향을 위해 자신의 구매 총액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