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에 얽힌 이야기] <17> 표제음악과 절대음악

입력 2019-08-05 18:00:00

제목 붙여 내용 암시하거나 음과 음 통해서만 의미 전달

베토벤
베토벤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 음악가의 몇 번 교향곡이니 피아노 소나타 몇 번이니 하는 곡이 있는가 하면 '제목'이 있는 곡도 있다. 일반인들은 클래식 음악이 대중음악에 비해 다소 어렵기 때문에 곡에 대한 사전 지식을 암시해 주는 제목이 있는 음악을 선호한다.

이 때문인지 베토벤 교향곡 7번보다는 6번 '전원'이나 9번 '합창' 같이 제목이 붙은 곡이 더 인기가 있다. 슈베르트 교향곡 8번은 몰라도 '미완성' 교향곡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은 나폴레옹의 침공을 러시아가 막아낸 전쟁 이야기이다. 1812년 나폴레옹은 60만의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침략해 모스크바를 점령했지만 러시아의 반격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굶주리다가 퇴각한다. '1812년 서곡'은 바로 이 역사적 사실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렇게 제목이 붙은 음악을 '표제음악'이라고 한다. 표제음악이란 음악을 작곡할 때 어떤 주제나 내용을 표현하거나 암시하여 그 곡이 무슨 내용인지 알게 한 곡을 말한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작품 68에는 '전원'이란 표제가 붙어 있다. 이는 베토벤 자신이 붙인, 표제음악의 선구적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작곡된 교향곡 5번 ''운명'은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로 알려져 있을 뿐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운명'이란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일본의 누군가가 이 곡에 '운명'이란 제목을 붙였고, 이후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이런 표제를 붙여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같은 표제가 붙은 음악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창'이란 표제다. '비창' 하면 떠오르는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이다. 그렇지만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비창'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는 유명한 표제음악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차이코프스키도 열두 달의 분위기를 표현한 피아노곡 '사계'를 작곡했다. 또한 하이든도 대자연의 모습을 표현한 오라토리오에 '사계'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표제음악과 대립되는 개념의 음악이 '절대음악'이다. 절대음악이란 어떤 의미나 암시를 하지 않고 음과 음의 의미로만 순수하게 음악을 전달하는 곡을 말한다. 오직 음의 구성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이란 뜻으로 청중에게 곡에 대한 선입견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작곡가들이 악보 뒤에 숨겨 놓은 수많은 메시지를 확인하는 데는 절대음악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