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밀양아리랑

입력 2019-08-06 11:12:24

이정호 국악작곡가 

이정호 국악작곡가
이정호 국악작곡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 때, 달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적월(赤月) 또는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고 한다. 이때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서 태양빛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지만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빛 중 파장이 짧은 푸른 빛은 대부분 지구를 통과하면서 대기 속에 흩어지지만, 파장이 긴 붉은 빛만이 지구의 대기권을 지나 달까지 다다르게 되어 달이 붉게 보여진다.

어떠한 그림자에 가려져 고통으로 사라져버린 의지보다는 더욱 깊이 있는 마음의 힘으로 그 꿈에 닿기를 바라며 적월을 생각한다. 열정의 붉은 빛, 붉은 빛이 되어 달에 닿기를, 이 몸 안의 뜨거운 피로 모두의 마음을 녹일 수 있기를!

나의 곡 '밀양아리랑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 적월(赤月)'의 곡해설이다. 이 곡의 주제가 된 밀양아리랑은 밀양의 명소와 설화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우리 민요로서 세마치장단의 흥겨운 장단과 누구나 알고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선율로 인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얼마전에 머리도 식힐 겸 밀양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본 위양지라는 연못은 새로운 영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늘과 나무와 연못과 그 한가운데에 있는 완재정이라는 정자는 한 폭의 그림처럼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또한 밀양에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 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칭송받는 영남루가 있다.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보여주는 이 영남루는 강물 위 절벽에 위치하여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밀양아리랑은 이 영남루의 비화(悲話)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깃든 아랑의 전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랑은 밀양부사의 딸로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에게서 자랐는데, 재주가 남달리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용모 또한 아름다워서 명성이 자자했다. 어느 날 밤 관아의 심부름꾼인 주기라는 남자가 신분도 잊은 채 그녀를 흠모하다가 결국 유모를 꾀어내어 달구경 나온 아랑을 욕 보이려하였고, 그녀는 결사코 항거하다가 끝내는 칼에 맞아 죽고 대나무 숲속에 버려진다. 이에 밀양부사는 딸을 찾다가 결국 마음의 병으로 죽었는데, 그 뒤로 밀양에 오는 신임 부사마다 부임하는 첫날밤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어 모두 그 자리를 꺼리게 되었다. 이는 죽은 아랑이 원귀가 되어 새로 부임하는 부사에게 원수를 갚아달라고 나타났고, 그때마다 처녀귀신에 놀라 그 자리에서 죽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이상사(李上舍)라는 담이 큰 사람이 밀양부사를 자원하여 왔고 부임 첫날밤에 나타난 아랑은 원한을 풀어달라 간청하였다. 그는 곧 주기를 잡아 자백을 받아내 처형하고 아랑의 주검 또한 찾아내어 장사 지내니 그 뒤로는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영남루 밑에는 아랑의 혼백에게 제사 지낸 아랑각(阿娘閣)이 있고, 밀양아리랑 가사로도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남천강 굽이쳐서 영남루를 감돌고 벽공에 걸린 달은 아랑각을 비추네/ 영남루 명승을 찾아가니 아랑의 애화가 전해 오네.'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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