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지자체 권력형 비리] 지역 유력자 통해 각종 특혜…혈세 수십억 샜다

입력 2019-07-31 18:54:27 수정 2019-07-31 20:52:15

2015년 당시 김천시의회 의원들이 특혜 의혹의 해당 도로를 둘러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2015년 당시 김천시의회 의원들이 특혜 의혹의 해당 도로를 둘러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이번에 감사원에 적발된 유형은 대부분 지역 유력자와의 관계를 이용해 도시계획 및 인허가나 인사 등에 특혜를 주거나 받은 사례였다. 상당수 공무원은 잘못인 줄 알면서도 상사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공무원과 토착 세력 간 유착관계에 따른 구조적·관행적 비리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

포항시 공무원 A씨는 2015년 포항 남구 장기면 시도 2호선 확·포장 공사 과정에서 상급자인 B씨로부터 "내 동창인 C의원을 잘 도와주라"는 부탁을 받고, 법규를 어겨가며 C의원이 부사장으로 있는 건설업체 D사에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는 도로공사를 할 때 전체 사업내용이 확정된 공사를 시기적 또는 구조별·공정별로 분할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A씨 등은 이를 무시하고 해당 공사 구간 내 장기교 교량 공사를 D사가 할 수 있도록 밀어준 것이다.

더욱이 A씨 등은 공사에 적합한 업체를 찾는 척하며 D사의 특허권이 공사에 가장 적합하다고 서류를 꾸민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특혜로 수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가 당초 검토한 교량 공사 특허 4건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고 보고된 업체의 특허로 설계할 경우 D사의 공사비 8억8천244만원보다 2억8천600여만원을 아낄 수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A씨는 감사원 조사 당시 "상급자의 말을 따라야만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설계 용역 업체의 특허로 설계했지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포항시는 감사결과를 인정하면서도 인근 군부대 전차 훈련 등을 감안하고, 지역 업체를 우선 검토했기 때문에 여러 의혹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감사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A씨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내릴 것을 포항시에 요구했다.

◆상주시

감사원은 상주시가 특정 개인농가의 돼지축사를 매수하면서 관련법에 따라 업주가 부담해야 할 축사분뇨처리비 5억원까지 포함해 40억원을 보상비로 책정한 사실(매일신문 2017년 5월 8일자 12면 등)을 밝혀냈다.

특히 상주시 보상업무 담당자는 이 같은 규정을 알고 있었으나 당시 상주시장이 담당자 상급자의 사무관 승진 불이익 등을 언급하며 3, 4차례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자 이에 부담을 느껴 부당한 처리를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모든 축사의 공통사안인 악취 민원 외에 돼지 사육시설을 매수할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서 담당공무원에게 경징계도 요구했다.

또 상주시는 일반입찰에 붙여야 할 단일 공사를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부당하게 분할해 4선 상주시의원의 처남 건설업체에 무더기 수의계약한 사실도 드러났다.(매일신문 2018년 9월 6일자 8면 등)

상주시가 현직 상주시의원이 병원장이면서 그의 사돈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한 의료재단을 건강복지센터 수탁자로 선정하고 해당 시의원 자녀들을 직원으로 채용한 것(매일신문 2018년 9월14일자 1면 보도 등)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 계약 입찰시 참여자가 1인일 경우 재공고를 해야 하고 공고 역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해야 하나 상주시는 그 절차를 생략한 것은 물론, 상주시 홈페이지에 공고 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직원 채용도 전국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나라일터에 공고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상주시 홈페이지에만 게시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면접시험 응시자의 친인척 등이 면접심사관으로 참여해 직원채용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병원장인 시의원 장녀와 아들 등 4명이 병원장의 사돈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면접심사관 3명에게 채용심사를 받아 모두 91점 이상 획득하고 최종합격했다.

감사원은 상주시장에게 관련공무원의 주의를 촉구 했다.

◆김천시

김천시는 2013년 김천시산림조합 뒤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고 2014년 2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사업을 추진했다.

이 도로는 주민들이 도로개설을 건의하지 않았고 미집행 도시계획도로 중에서 단계별 집행계획 순위가 가장 낮았으며, 기존 대로와 산림조합 뒤편 도로 사이의 연결도로가 개설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먼저 개설해 의혹(매일신문 2015년 6월 16일 8면)이 일었다.

감사 결과, 김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이 2013년 11월 담당 과장 및 김천시장 등을 찾아가 자신의 토지와 접해 있으면서 개설되지 않은 산림조합 뒤편 도로를 개설해 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김천시는 2013년 12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개설 사업비 10억원을 반영, 시급하지 않은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했다.

감사원은 이 사업이 특정인에게 혜택을 주고 도로개설 예산 약 11억6천만원을 비효율적으로 집행되었다고 지적했다.

◆경주시

경주시는 청원경찰 등 임기제 공무원 채용에 있어 실무경력 및 자격증 가점 부여에서 잘못된 업무처리로 주의조치를 받았다.

시는 2016년과 2017년 임기제 공무원 채용과정에서 소집교육 등만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한 자격증의 배점을 잘못 적용하는 등으로 서류전형 순위가 탈락 대상자인 2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합격자 1명은 작년 7월 현재 경주시의회 한 의원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났고 다른 합격자도 서류전형 당시 면단위 이장협의회 회장 및 모 정당의 간부 등을 역임한 인물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화백컨벤션뷰로는 수억원대의 상설식당 운영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용등급 미달업체에 계약자격을 부여하거나 계약체결을 진행하는 등 회계질서를 어지럽힌 사실이 적발돼 주의조치를 받았다.

2014년 12월 한 업체와 식당 영업을 위한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관련서류 제출했는데도 계약 체결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영천시

영천시 공무원 E씨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과수원 폐업지원금 지급업무를 담당하면서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0회에 걸쳐 폐업지원금 등 1억5천800여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이 적발됐다.(매일신문 1월 23일 자 8면)

또 해당지역 통장 F씨에 대해 2천여만원의 폐업지원금 등을 부당하게 받도록 한 후 사례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아 챙기고, 자신의 부정행위를 숨기기 위해 관련서류를 파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영천시장에게 E씨에 대한 파면 조치를 요구했다.

영천시는 또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시 도로 26호선의 아스콘 덧씌우기 공사를 발주하면서 3개 사업체에 6천900여만원의 공사비를 중복 지급하는 등 부적정한 업무처리를 지적받아 과다 지급한 공사비에 대해 환수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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