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늘었는데 소비는 줄어…장마로 당도도 떨어져

입력 2019-07-28 17:56:17

복숭아, 자두 가격 폭락…당도 떨어진 과수 수매 꺼리기도
과수 생산비는 해마다 느는데…'수급 안정화 위한 대책 마련해야'

북숭아, 자두 등 여름철 가격이 폭락하자 경북 경산 와촌지역 농민단체가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와촌농민회 제공
북숭아, 자두 등 여름철 가격이 폭락하자 경북 경산 와촌지역 농민단체가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와촌농민회 제공

복숭아, 자두 등 여름철 과일 값이 폭락해 경북지역 농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연재해가 적어 생산량은 늘었지만 백화점 납품 중단, 대도시 소비 부진 등으로 소비량은 줄어 산지 가격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과수가격 전년보다 30% 이상 떨어져

전국 1위 자두 산지인 의성군 농민들은 가격 하락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28일 현재 의성지역 자두 공판 가격은 1상자(5㎏ 기준) 평균 2만원 미만으로 거래돼 지난해와 예년 가격에 비해 30% 정도 폭락했다.

올해 산지 자두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0~20% 정도 늘어나긴 했지만, '산지 가격이 이 정도로 폭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는 게 농민과 상인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도내 대표 상품인 청도 복숭아 농가도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농협공판장에 따르면 조생종 품종이 많은 청도지역은 복숭아 4.5㎏ 상자당 평균 가격이 1만1천300원선을 유지했으나, 장마 이후 물량이 쏟아지며 8천원대로 뚝 떨어졌다.

경산지역 농민과 농협 역시 올해 복숭아 가격이 30~40% 정도 떨어졌다며 아우성이다.

농협중앙회 경산시지부가 집계한 ㎏당 복숭아 평균 단가는 올해 1천415원으로, 지난해 2천91원보다 32% 줄었다. 한 상자(10㎏) 기준으로 6천760원 떨어진 가격이다.

영천에서도 가격 폭락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28일 대구경북능금농협 영천공판장에서 경매에 낙찰된 ㎏당 복숭아(천홍·특등급) 평균가격은 1천650원으로, 지난해 이맘 때 2천200원 정도와 비교하면 30% 정도 떨어졌다.

특히 농협 공판장으로 출하되는 물량이 쏟아지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일부 물량은 ㎏당 가격이 200원에 낙찰되는 폭락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의성군과 농협 의성군연합사업단(새의성농협·의성중부농협·다인농협)은 자두 등 농산물 가격의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이달 26일부터 3일간 농협 하나로마트 서울 창동점에서 의성군 농산물 소비 촉진 행사를 열었다. 의성군 제공
의성군과 농협 의성군연합사업단(새의성농협·의성중부농협·다인농협)은 자두 등 농산물 가격의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이달 26일부터 3일간 농협 하나로마트 서울 창동점에서 의성군 농산물 소비 촉진 행사를 열었다. 의성군 제공

김천농협 공판장에는 지난 22일부터 출하된 자두, 복숭아 등 과일이 경매 되지 않고 보류되기 시작했다. 농협은 경매되지 않은 자두, 복숭아를 헐값에 사들여 냉장했다가 판매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6일에도 약 700여 상자의 자두, 복숭아가 경매되지 않자 김천농협은 1상자당 2천원에 사들여 창고에 넣어뒀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과일 가격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하락했다. 자두는 지난해 2만원 정도 하던 5㎏ 들이 1상자가 1만4천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복숭아도 지난해 2만1천원 정도 하던 4.5㎏ 들이 1상자가 1만6천원선에 팔리는 형편이다.

◆재해 잠잠한 올해 생산량 크게 늘어

과일 값이 크게 떨어진 것은 과일 생산량이 많아서다. 지난해는 과일 꽃이 피던 봄에 냉해를 입어 수확량이 줄었으나 올해는 자연재해가 없어 물량이 늘었다.

지난해 김천지역 자두 생산량은 1만2천t 이었으나 올해는 약 20% 늘어난 1만4천400t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복숭아도 20% 늘어나 지난해 6천880t에서 올해는 8천256t 가량 생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협중앙회 경산시지부가 집계한 올해 지역 내 7개 농협을 통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농민들이 출하한 복숭아는 총 959만2천588㎏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5만1천848㎏보다 40%가량 늘었다.

청도농협공판장에 따르면 올해 전체 출하물량이 26일 기준 지난해는 39만3천상자였으나 올해는 49만3천상자로 급증했다.

반면 소비량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마로 과일 당도가 떨어지며 중도매인들이 수매를 꺼려하고 소비자도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간상인들은 "비가 온 후에 수확하는 과일은 물을 머금어 당도가 떨어진다. 농민도 당도가 떨어진 과일은 며칠 기다렸다가 따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도시 소비 부진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윤창호 법으로 음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고급 음식점과 일반 식당 손님이 줄면서 자두 등 여름 과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의성 지역 공판장과 상인들은 "자두는 백화점 납품이 중단된 데다 서울 등 수도권 도·소매점에서 소비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면서 산지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산 와촌면 농민과 이정열 와촌농협조합장 등이 26일 최영조 경산시장을 만나 과수 가격 하락에 따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경산 와촌면 농민과 이정열 와촌농협조합장 등이 26일 최영조 경산시장을 만나 과수 가격 하락에 따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농민들은 '익을대로 익은 과일은 당도가 올라가길 기다리는 동안 낙과가 발생, 수확이 불가능하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농민들은 "농약값 등 농자재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 생산비는 늘어나는데 가격은 오히려 폭락해 포장재 상자값과 상·하차비, 운반비 등을 제외하면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은 해에 따라 널뛰기 하는 과수가격을 안정화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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