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들 떠나고 공공의료기관 위상 위협받는 대구의료원

입력 2019-07-23 06:30:00

대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최근 2년 새 줄줄이 병원을 떠나거나 이직을 앞두고 있어 환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사회적 흐름과는 반대로 공공의료기관이 의사 부족으로 그 역할 비중이 계속 축소되는 것은 큰 문제다. 대구시가 의사 충원과 환자 비상 수용 방안 등 대책을 세우고는 있으나 자칫 저소득 서민층 진료에 큰 구멍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구의료원의 정신과 전문의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무렵이다. 당시만 해도 5명의 의사가 진료를 맡았으나 먼저 2명이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조만간 남은 2명도 사표를 낼 예정이다. 이에 대구시가 신규 채용을 서두르고 있지만 충원이 늦어질 경우 9월부터 의사 1명이 모든 진료를 맡아야 할 처지다.

당장 의사가 없어 진료에 공백이 생기면 병상수 또한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180명의 환자를 동시 수용하던 수준에서 9월부터 입원 50명, 내원 10명 등 모두 60명의 환자만 감당할 수 있게 돼 공공의료기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자연히 생활형편이 어려운 서민층 정신건강 서비스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대구의료원 사태는 근래 크게 높아진 정신과 전문의 위상을 공공의료기관이 발 빠르게 쫓아가지 못하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민간 병원에 비해 지방공기업의 근무 여건과 처우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개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고된 일에 비해 처우는 낮아 공공의료기관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역 정신건강 분야의 공공성이 약화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면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부담할 수 있는 재정 범위 내에서 의료진에 대한 처우를 상향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료원 위상과 역할을 지켜나가는 게 공공의료기관의 존립 이유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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