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 관련 산업도 성장 중…대구시 데이터 분석 활성화 분발해야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바꿔 부르는 요샛말이다. 소비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 대한 정의다.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소비 기록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상의 요구를 지출이라는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비와 지출에 대한 축적된 정보가 신용·체크카드 사용 데이터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물론 미래 소비를 예측하고, 다가올 기회를 준비할 수 있다.
지역민의 삶을 더 정확하게 들여다보고자 지난 2월부터 대구은행과 함께 대구의 BC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이달부터 기획 기사 형태로 지면에 싣고 있다.
데이터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과 지역 내 특징을 그대로 드러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삶의 변화가 뜨는 업종에서 확인됐다. 또 온라인 쇼핑 등 달라진 구매환경으로 고전하는 업종들도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의 처지도 엿볼 수 있었다. 대구 주요 역세권 분석에서 전년 대비 카드 소비가 2017년에는 12곳 중 11곳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8년에는 2곳만 늘었다. 시민 씀씀이가 한 해 사이에 위축된 것이다. 경기가 나빠졌다는 하소연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구 내 소비 불균형이 명확했다. 구군의 구매력 격차가 났다. 수성구 주민의 소비 금액이 가장 컸고, 동구와 달성군 등의 구매력은 낮았다. 또 동네마다 거주 인구 규모와 소비 시설 여부에 따라 다른 구·군 주민을 끌어오는 매력도 차이가 났다.
이제 데이터는 삶을 파악하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카드 소비뿐만 아니라 인구와 교통, 관광, 의료, 복지 등 각종 데이터가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민원 서비스 질을 높이거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최적지를 찾는다. 또 지역축제와 관광, 전통시장 등을 활성화할 방법도 데이터를 통해 얻고 있다.
다행히 대구시는 올해 '제1회 빅데이터 분석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안을 해결하고자 '데이터 분석 지원 계획'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청년 인구 유입·유출 원인 종합분석' '지역 자영업자 현황 분석' '대구시 제조업체 변화와 GRDP(지역내총생산) 추이 분석' '공원 증감 및 이용현황 종합분석' 등 데이터 분석 8개 과제를 선정했다. 앞서 대구시는 2017년 행정안전부 지원 사업의 하나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설치 입지 선정'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저변 확대는 미흡한 상황이다. 대구시는 스마트시티 선도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데이터 활용은 물론 관련 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선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움직이는 핵심은 데이터다. 행정과 산업, 생활 등 각 영역에서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스마트하게 활용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동안 석유가 자원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새로운 '원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 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2015년 13조3천555억원에서 지난해 15조1천545억원으로 13.5% 성장했다.
공공 영역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 이르기까지 데이터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데이터는 산업을 포함해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늦었지만 지역사회가 서둘러 준비해야 할 미래다. 데카르트의 명제를 "데이터는 보여준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꿔야 할 날이 머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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