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원리 2진법은 흑백논리,
컴퓨터도 이미 극복한 흑백논리
흑백논리가 판치는 한국 외교

한일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강제 징용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이 핑계가 됐다. 국내 여론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고통스러워도 불의의 무리 일본과 맞서자는 명분론과 명분 찾다 경제 망하고 곧 죽는다는 현실론이다. 양쪽이 흑백으로 팽팽히 맞서 있다. 중간은 없다. 양쪽 모두 일리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양쪽 모두 무지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965년 한일 협정은, 일본이 더 이상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명기했다. 법논리만 보면 일본 정부나 기업은 한국 법원의 판결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 국제사회도 협정문의 해석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 제기조차 않는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을 우습게 볼 것이다.
근본 원인은 기울어진 두 나라의 50년 전 협상력이다. 일대일 협상력도 차이가 컸지만, 미국이 극동의 세력 균형을 위해 일본을 지지했다. 결과 한일 협정은 일방적 불평등조약이 돼 버렸다. 1910년 한일합병도 미국이 태프트-카츠라 조약으로 일본의 극동 침략을 묵인한 결과였다. 그러니 협정 내용의 정당성에 대해 약자인 한국은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단 문제를 제기하되 사생결단을 피하는 '선'이 필요하다. 과거사에 묶여 실리를 포기한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을 어리석다 볼 것이다.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의 초상이 영국의 50파운드 지폐에 들어간다 한다. 튜링은 전류가 흐르거나 끊기는 현상과 0과 1의 2진법을 연동시켜 연산 장치 즉 컴퓨터의 원형을 개발해 냈다. 컴퓨터의 운영 원리는 흑백논리다. 튜링은 동성애자로, '다름'을 범죄시하던 당시의 흑백논리에 희생된 천재였다. 컴퓨터도 초기엔 OX 같은 단순한 문제만 풀었지만, 이제 흑백논리를 극복하고 인공지능으로 진화해 고도의 교환과 타협, 협상 전략까지 내놓는다. 우리의 외교 정책 논쟁은 한심한 흑백논리에 머물러 있는데!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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