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곳곳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점자블록 설치실태 '엉망'

입력 2019-07-21 17:51:26

건널목과 떨어져 있고 장애물 있어 이용 어려워…“전수조사 필요”     

대구 대봉교 횡단보도 구석 신호등 기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시각장애인 우병득 씨가 유도블럭이 없어 음향신호기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com
대구 대봉교 횡단보도 구석 신호등 기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시각장애인 우병득 씨가 유도블럭이 없어 음향신호기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com

대구 시내 곳곳에 설치된 음향신호기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시각장애인들이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찾은 달서구 두류테니스장 입구 건널목에는 유도블록이 음향신호기까지 연결돼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은 음향신호기 버튼조차 찾기 어려웠다. 일부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에서 배포한 리모컨을 통해 음향신호기를 작동할 수는 있지만, 이를 소지하지 않은 대다수 시각장애인은 음향신호기 버튼을 찾아 누르기가 쉽지 않다.

장애물 때문에 시각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도 있었다. 달서구 성서우체국네거리와 서구 중리네거리, 평리광명네거리 등은 유도블록이 연결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횡단보도와 음향신호기 사이에 가로수와 전봇대, 볼라드 등이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위협하고 있었다.

음향신호기의 안내방송이 문제인 곳도 있다. 서구 신평리네거리의 경우 한쪽에서 음향신호기를 누르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중간쯤 갔을 때는 차량 소음 등으로 반대편의 안내방송이 들리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신호 변경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시각장애 1급 우병득(54) 씨는 "음향신호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음향신호기가 건널목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장애물로 인해 이용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시각장애인들에게 음향신호기는 독립보행에 매우 중요한 장치다. 전수조사를 통해 음향신호기 설치 실태를 개선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시청네거리, 명덕네거리, 영대병원네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과 시각장애인 복지센터 등 장애인 보행이 많은 443곳에 2천156대의 음향신호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대구시는 매년 1억5천만원가량의 예산을 책정해 150대의 음향신호기를 추가 설치하고 있다.

대구시는 개별적으로 고장 민원을 신고하면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통해 당일처리를 원칙으로 음향신호기를 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고장수리 건수는 2016년 55건, 2017년 65건, 2018년 73건으로 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음향신호기는 신호등에 설치를 해야만 작동이 가능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장애물이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대구시 콜센터에 보수 요청을 하면 적극적으로 수리를 하고 보도블록 또한 음향신호기까지 연결되도록 고치겠다"고 했다.

대구 대봉교 횡단보도 구석 신호등 기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원안). 시각장애인 우병득 씨가 유도블럭이 없어 음향신호기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com
대구 대봉교 횡단보도 구석 신호등 기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원안). 시각장애인 우병득 씨가 유도블럭이 없어 음향신호기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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