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수학을 소재로 한 뮤지컬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대본을 쓰고 연습을 진행하면서 작품을 위해 수학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해 선생님에게 꾸중 들을 때는 참 친해지기 어려운 학문이었는데 시험의 부담 없이 지적인 호기심으로 탐구해보니 이만큼 재미있는 분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했던 여러 문명권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얼마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수를 셀 것인가?' 라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10을 하나의 단위로 보는 것, 즉 십진법 이외의 방식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영역으로 오면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어 세고 일 년은 12개의 달로 나눈다. 1시간은 60분으로 되어 있고, 1분도 60초로 되어 있다. 어떻게 수를 세고, 셈을 하는 것이 가장 편리할지 연구해 온 인류의 지혜가 수학이라는 학문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후대에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수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방정식, 특히 미지수라는 개념에 매료되었다. 다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값을 알지 못하는 수를 x, y, z 등으로 표기하고 미지수라 칭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지수가 포함된 등식을 방정식이라고 한다. 등식의 성질을 이용해서 방정식을 풀어나가면 미지수의 값이 얼마인지 알게 된다. 달리 말하자면 어떤 방정식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미지수의 값이 결정되는 것이다. 미지수는 얼마인지 모르는 수이기도 하지만, 어떤 방정식에 속하느냐에 따라 어떤 수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수이기도 하다.
공연을 만들면서 내가 미지수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지수가 멋진 등식을 만나 자신의 값을 얻게 되는 것처럼 나도 멋진 팀을 만나 한 사람의 작가로 연출가로 존재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미지수가 숫자와 등호, 사칙연산 기호와 같은 동료들 없이 방정식을 완성 할 수 없듯, 나도 좋은 동료 예술가들이 없다면 어떤 작품도 만들 수가 없다. 동료들이 없다면 나는 어떤 수도 되지 못하고 그저 알 수 없는 미지의 수로 남게 되는 것이다.
공연을 만드는 일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삶의 여러 영역에서 동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정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지의 수와 같은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여러분 모두 언젠가 멋진 등식을 완성하고 빛나는 수가 되리라!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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