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수출 규제, 미국에 중재 요청 하겠다니

입력 2019-07-08 06:30:00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미국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어 미국에 기대겠다는, '외교 무능'의 완벽한 자인이다. 다투다 힘이 모자라자 상급생에게 말려 달라고 쪼르르 달려가는 초등학생 꼴이다. 일본이 치밀하게 경제 보복을 준비해왔고, 보복할 것이란 신호도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태평하게 있었던 '대인배'(大人輩)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문 정부의 생각은 미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4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를 주선했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한 만큼 이번에도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문 정부가 기대고 있는 것은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럴 것이란 막연한 기대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문 정부에 '희망적'이지 않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3자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극히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다. 물론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현재 미일의 밀착 강도로 보아 미국이 중재에 나선다 해도 문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미국이 문 정부의 부탁을 들어줘도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일본이 자국의 안보 우방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것이 그렇다. 이를 두고 한국을 '국제적으로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장기 포석(布石)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전격적인 경제 보복으로 보아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아서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지 않나.

걱정인 것은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하는 능력이 문 정부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 사태가 현실화됐을 때 문 정부에게 미국에 매달리는 것 말고 어떤 대책이 있는지 일본의 경제 보복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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