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피해왔는데…" 땅에도 바다에도 난민에겐 죽음의 그림자

입력 2019-07-05 15:24:58

난민시설 공습으로 44명 숨진 직후 지중해 난민선 침몰로 80여명 실종

지난 2일(현지시간) 리비아 트리폴리 교외 타조라의 난민구금시설이 공습을 받은 후 긴급구조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130명 이상이 다쳤다. 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리비아 트리폴리 교외 타조라의 난민구금시설이 공습을 받은 후 긴급구조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130명 이상이 다쳤다. 연합뉴스

리비아 내전으로 터전을 잃은 난민들이 수용시설에서 공습으로 목숨을 잃거나 난민선이 침몰해 숨지는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AP 통신 등 외신들에 4일(현지시간) 유엔이 지지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와 리비아 국민군(LNA)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난민들이 수용시설에서 무차별적인 공습의 표적이 되거나 난민선을 타고 가다 침몰사고로 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전날 오후 튀니지 자르지스 인근 해안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탑승자 82명이 실종됐으며, 4명은 어부들에 의해 구조됐다고 밝혔다. 구조자 가운데 1명은 밤사이 사망했다고 로레나 란도 IOM 튀니지 지부장은 전했다.

튀니지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의 한 자원봉사자는 "리비아 주와라항에서 출항한 이 배는 탑승해야 할 인원보다 2배나 많은 승객을 싣고 있었다"고 스카이프를 통해 열악한 당시 상황을 AP에 설명했다.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리비아에서 통합정부군 측 민병대와 협력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정책도 이런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EU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리비아 통합정부군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처럼 탈출 길목을 막다 보니 난민들은 최전선 난민시설에 구금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IOM에 따르면 적어도 청소년들을 포함해 5천200명의 난민이 현재 리비아 내 구금시설에 갇혀있으며, 대부분은 수단이나 소말리아 등의 국가에서 왔다.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의 한 10대 소년은 14살 때 전쟁을 피해 배를 타고 유럽으로 떠났다가 다시 리비아로 돌려보내져 유치장에서 20개월을 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는 고문과 학대가 가해진다고 소년은 밝혔다. 이후 그는 민병대에 강제 징집됐다.

민병대의 보복이 두려워 이름과 국적을 밝히지 않은 이 소년은 8개월간 타조라 난민시설 인근 무기 작업장에서 무보수로 소총부터 대공포까지 민병대의 무기를 관리했다. GNA의 지원기지로 전락해버린 난민 구금시설은 결국 LNA의 주요 공격 목표물이 됐다고 AP는 분석했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리비아 트리폴리 교외 타조라에 있는 난민 구금시설이 공습을 받아 최소 44명이 숨지고 130명 이상이 다쳤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10대 소년은 "전쟁을 피해왔지만 도착한 곳은 지옥 같은 리비아"라며 자신의 암울한 현실을 토로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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