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입력 2019-07-05 01:30:00

“인생의 폭과 깊이로 깊은 감동 ”

이정환 시조시인
이정환 시조시인

시는 의미와 이미지에 기대어 쓰지만 시에서 중요한 것은 언어표현에서 맛 볼 수 있는 말맛이다. 이번 시니어문학상 공모작품에서는 대체적으로 말을 끌고 가는 말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향상되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가 젊고 세련되어 오랜 기간 시를 매만진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투고한 작품 편편이 심혈을 기울인 듯했다.

당선작은 동봉한 작품의 수준이 고르고 안정감을 주는 작품을 선정했다. 선정된 분들의 시는 다양한 인생의 연륜이 축척되어서인지 인생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었으며 진솔하게 시로 풀어내어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베들레햄별꽃', '그네', '사과와 벌레의 함수관계', '북항', '비의 집', '스쿠터가 돌아오는 저녁', '끝을 만지다', '범종', '골목의 생존 방식', '어머니의 숟가락'으로 10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박지영 시인
박지영 시인

'범종'에서 "귓전에 맴도는 소리 한 웅큼 잡아 맛을 본다"는 표현이 돋보였고, '북항'에서 "파도 울음 사이로 꼬리만 남은 겨울이 서표처럼 꽂힌다"와 "저 폐선은 바다의 아픈 손가락이다"라거나, '골목의 생존 방식'에서 "골목은 구멍들을 이어주는 숨길이고 구멍은 숨을 저장하는 숨통이다"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말 하지 못한 다른 작품들도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삶의 진정성이 베여있었다.

노년의 시 쓰기는 인생을 풍요롭게 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되고,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라는 인식을 하게 됨으로써 젊은이들이 가지지 못한 점을 획득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시는 마음의 눈을 뜨게도 하면서 마음을 아프게 찌르기도 해 나를 돌아보며, 삶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기에 적극 글쓰기를 권장하는 측면에서 시니어 문학상이 더욱 발전하길 바라며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시 읽기가 즐거운 심사였다.

심사위원= 이정환(시조시인)·박지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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