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22. 제철 채소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입력 2019-07-03 13:36:37 수정 2019-07-23 18:38:21

상추나 들깨(잎), 부추, 파, 고추, 가지, 총각무, 시금치, 열무 등 우리가 흔히 먹는 야채는 품목별로 0.5평(1.65㎡)만 재배해도 한 가족이 먹고 남을 정도로 많이 생산된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지는 5월부터 가을까지는 이웃집과 나누어 먹어도 남을 만큼 야채가 쏟아진다. 동네 마트에서는 하루이틀 먹을 만큼 소량씩 구입하지만, 텃밭에서는 계절에 따라 '제철 채소'가 쏟아지듯 나오기 때문에 텃밭을 가꾸면 자연스럽게 '제철 채소'를 많이 먹게 된다.

'먹고 싶을 때 먹어야지 많이 생산된다고 많이 먹는다는 게 21세기 한국에서 말이 되나?'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여름과 가을에 만이라도 '수요가 아니라 공급에 맞추는 식단'은 의외로 이점이 많다.

◇ 안전함을 넘어 건강한 채소

텃밭 가꾸기의 매력 중 하나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살포하지 않은 '유기농 채소'를 먹는다는 데 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재배했는지 모를 채소가 아니라 내가 안전한 방법으로 재배한 채소를 먹는다는 것이다.

한 텃밭농부가 7월 초 자신의 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한 텃밭농부가 7월 초 자신의 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텃밭을 가꾸면 각 시기마다 그 시기에 많이 나오는 채소를 많이 먹게 되는데, '안전한 먹을거리 섭취'를 넘어 '피토케미칼(phytochemical)'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피토케미칼은 '식물이 내는 화학물질'로 채소별로 각각의 생존전략에 따라 생겨난다. 이는 추위와 더위, 가뭄과 병충해를 견디며 채소가 살아남기 위해 혹은 살아남는 과정에서 체내에 축적하는 성분이다.

6월 말 텃밭에서 수확한 붉은 감자.
6월 말 텃밭에서 수확한 붉은 감자.

'피토케미칼'은 항산화작용을 하고,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각광받고 있다. 채소나 과일 고유의 색이 진할수록 피토케미칼이 많이 들어있다고 보면 되는데, 연중 같은 양을 먹더라도 제철에 나온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할수록 피토케미칼을 많이 섭취하게 된다. 자신이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많이 먹는다는 것은 농약과 화학비료로부터 자유로운 채소를 먹는다는 것일 뿐만 아니라 피토케미칼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는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7년차 텃밭농부 홍기중씨는 "텃밭농사 초기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는 유기농재배에 관심을 가졌지만, 요즘은 작물이 자연에 가능한 많이 노출된 상태로 자라 피토케미칼이 풍부한 채소를 기르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채소 주변 풀을 뽑고 병들거나 무성한 잎을 따 줄뿐 웬만해서는 물도 주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간섭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다른 텃밭농부들에 비해 수확은 적은 편이지만, 식구들이 먹을 양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 제철 채소, 몸과 환경도 지켜

농가에서는 자연의 간섭을 덜 받고, 토지 면적당 소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설비를 설치한다. 가장 흔한 것이 비닐하우스이고, 그 외에도 수경재배, 비닐멀칭, 부직포 재배 등이 있다. 또 병충해 방지와 영양공급을 위해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화학비료 등을 대량으로 살포한다. 이처럼 시설을 갖추거나 농약을 살포함으로써 채소를 연중 재배할 수 있고, 생산량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맘 때 텃밭에는 제철채소가 넘쳐난다. 상추와 파, 주렁주렁 달린 방울토마토가 텃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맘 때 텃밭에는 제철채소가 넘쳐난다. 상추와 파, 주렁주렁 달린 방울토마토가 텃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우리가 겨울에도 신선한 여름 채소나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시설재배 덕분이다. 시설재배로 생산되는 농산물에는 상추나 시금치, 배추, 부추, 깻잎과 같은 잎채소뿐만 아니라 토마토, 수박, 참외, 오이, 고추, 피망, 가지 등 다양한 채소류가 있다.

텃밭농사든 전업농사든 농업은 그 자체로 '반자연적'이다. (채소나 과일, 곡물이 자연 그대로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위적으로 밭을 만들고 재배시기를 조정하고, 농약, 화학비료, 각종 시설 등을 투입하기 때문.) 특히나 계절에 맞지 않는 채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 계절에 맞지 않는 채소를 즐겨 먹는 것은 제철에 채소를 재배하고 소비하는 것보다 필연적으로 토양과 공기, 물을 훨씬 더 많이 오염 시킨다. 물론 비용도 더 많이 투입된다. 계절에 맞지 않는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재배지의 온도를 높이거나, 재배시기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텃밭농사를 짓고, 제철 채소를 많이 먹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덜 해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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