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적령기' 25~29세 유출 가장 많아
괜찮은 중소기업 발굴, 연계 절실
지난 10년 간 대구 인구가 4만명 이상 줄었다. 20대 인구가 7만4천여명이나 감소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를 보면 20대 중에서도 '취업 적령기'인 25~29세 유출 비중이 컸다. 청년 유출은 지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고령화를 심화시킨다. 왜 그들은 고향을 떠난 것일까.
◆대구 청년들 "일할 곳 없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강모(30) 씨는 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강 씨는 "2015년 대학을 졸업하고 5년째 홀로 공부하며 겪은 좌절감과 외로움이 겹쳤던 것 같다"고 했다.
강 씨의 친구들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났고, 남은 친구들도 절반 이상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강 씨는 "타지에서 취업한 친구들과 만나면 고향에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패배감을 느낄 정도"라며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니라도 대구에서 취업해 살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년들이 대구를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취업 적령기'로 불리는 25~29세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25~29세 인구 순이동률은 –2.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순이동률은 총 전입률에서 전출률을 뺀 수치로 마이너스로 갈수록 유출이 심하다는 뜻이다.
인구 순이동률은 20대에서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가 취업자 비중이 높은 30대 이상부터 전출보다 전입이 많아졌다.
청년 유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6년 –1.6%였던 25~29세 순이동률은 2017년 –1.7%, 지난해 –2.2%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3년 간 전 연령대를 통틀어 –2%대 순이동률을 기록한 연령대는 25~29세가 유일했다.
전문가들은 대구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타 지역에 비해 심각하다고 분석한다. 고용 규모가 큰 대기업은 없는 반면, 대학교가 밀집해 고급 인력이 해마다 쏟아진다는 것이다.
황준석 대구상공회의소 대구인적자원개발위원회 고용전문관은 "대구는 대학교가 많아 구직자들의 수준이 높고, 그만큼 눈도 높다"면서 "정부의 청년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 정책이 많지만 일자리가 없다는 인식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유출은 인구 구조도 왜곡
청년 유출은 대구 인구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남성들이 유독 많다보니 혼인 연령이 늦어지고 50대 이상의 장·노년층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08~2018년 대구에서 순유출된 남성은 7만8천25명으로 여성(5만7천781명)보다 2만명 이상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에서 결혼 상대를 찾기도 쉽지 않다. 지난 4월 대구의 혼인 건수는 9천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2.9% 감소한 전국 평균 혼인건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올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박모(26) 씨는 "대구에 괜찮은 일자리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은행원이 전부다. 현실적으로 눈에 차는 조건의 남성이 많지 않다"며 "신입 공무원이나 은행원도 여성 비율이 높아서 주변에 결혼 적령기를 놓친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
심각한 청년 유출은 지역 사회의 고령화도 부추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50대 인구 비중은 17.3%로 10년 전보다 4.7%포인트(p)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비중은 16.7%에서 13.0%로 3.7%p 감소했다.
따라서 청년들을 대구에 붙잡아둘 일자리 발굴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발굴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본부 차원에서도 인적자원만 있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을 지역 청년들에게 소개하는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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