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 오래 열수록 적자, 평일 하루 휴진도 많아…연장 근무 할 직원도 없어요"

입력 2019-07-02 21:00:00

대구 개원가 표정 "주당 40시간 진료 시대 멀지 않았다"…공공의료기관은 토요일 없이 8시간 진료

진료시간을 단축하는 개원가 병·의원들이 늘고 있다. 병원 입구에 붙여 놓은 진료시간 변경 안내문.
진료시간을 단축하는 개원가 병·의원들이 늘고 있다. 병원 입구에 붙여 놓은 진료시간 변경 안내문.

개업의들이 몰려 있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의 한 고층빌딩. 20개 가까운 다양한 입점 병원 상당수가 진료시간이 오후 6시 또는 6시 30분까지였다. 이 곳 병원 중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 이비인후과는 수요일과 목요일 각각 휴진한다고 출입문에 게시해 놨다. 공동 개원한 신경과·신경외과도 평일 이틀 중 오전과 오후를 교대로 쉰다고 밝혔다.

이 건물에 입점한 일부 치과와 한의원,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정도만 평일 이틀정도 오후 8~9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었다. 야간진료를 하는 일부 병원은 진료 시작을 점심시간 이후로 늦추기도 해 전체 진료 시간이 다른 병원에 비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구지역 개원가 원장들은 "1, 2년 전만해도 평일 오후 7시까지 진료했는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직원 인건비 비중이 높아 주당 40시간 정도에 맞춰 진료 시간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귀띰했다.

각종 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A연합내과 원장은 "저녁시간에는 환자가 많이 없어도 서비스 차원에서 평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3시까지 진료를 했지만 인건비 증가로 평일 1시간, 토요일 2시간 근무를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들도 토요일과 오후 6시 이후 근무를 하려는 사람이 없어 주당 44시간인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기위해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주 4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의 한 정형외과 의원은 진료시간이 오후 6시30분까지이지만 물리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는 5시 30분 이전에 접수를 완료해야 한다. 물리치료사 퇴근 시간을 감안해 환자 접수를 받는 것이다.

또 개원가에서는 간호사 구하기가 힘든 여건이 계속되자, 근무시간 단축을 '당근'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비인후과 B원장은 "병원에 근무하는 인력들의 이직, 휴직이 잦다보니 상시 구인을 하는 상황이다. 평일 하루를 완전히 쉰다고하니깐 직원 채용 공고에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줄었다고 임금이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개원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1명 급여가 식대를 포함한 기본급 185만원에, 자격증수당 10만원 등 최소 195만원으로 출발한다. 주 40시간 근무 조건에 무경력자 기준이다. 여기에 야간, 휴일 근무를 하면 1.5배 가산 임금을 줘야한다.

중구 주상복합아파트 상가에 개원한 C한의원 원장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가 있어 오전 11시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평일 하루 휴진을 포함해 주 34시간 근무하지만 직원들 급여를 최저임금 계산식을 적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밀집지역에 개업한 의원들도 인건비 압박은 마찬가지다. 달서구 월성동 D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정부가 병의원 수가에 대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상황에서 하루에 병원 문을 오래 열고 있을수록 적자"라면서 "환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식시간을 더 보장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같은 임시방편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진료시간 단축은 공공의료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 40시간 진료는 개원가보다 먼저 정착된 상황이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의료원의 진료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더구나 외래 접수는 5시까지로 제한한다. 토요일은 아예 진료를 하지 않는다. 의료수익이나 병원 경영수지에 영향을 덜 받지만 이미 2016년 7월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서구의 한 주민은 "저렴한 의료비 때문에 서민들이 이용하기엔 좋은 의료기관이지만 직장 퇴근 후엔 접근이 불가능하다. 대학병원들도 토요일 진료를 하는 마당에 대구의료원이 토요일 반나절이라도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8개 구·군에 딸린 보건소 또한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평일 진료만 한다. 다만 동구와 중구보건소는 직장 임신여성을 위해 각각 매월 넷째 화요일 야간, 토요일 낮 진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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