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발명한 것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다."
명탐정 셜록 홈스의 말이다. 작가 코난 도일은 첫 소설 '주홍색 연구'(1887년)에서 홈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문학·철학: 전혀 모름, 정치학: 허약함, 식물·지리학: 특정 분야·관심 분야만 박식함, 화학·응용공학: 권위자, 범죄 관련 문헌: 걸어 다니는 범죄학 사전'.
홈스는 철저하게 과학적인 통찰력과 관찰력을 동원해 증거를 찾아냈다. 추리소설이 지적 유희의 산물이 된 것은 홈스에서 비롯됐다.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 보듯, 신기막측한 과학 기술은 홈스 이래 여전히 추리소설의 매력적인 도구로 쓰인다.
영미문화권, 일본에서는 유명 추리 작가와 작품이 쏟아지는 데 반해, 한국의 추리소설계가 빈약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경제 발전 차이, 사법 체계 확립 정도, 비순수문학 천대 등으로 설명한다. 그보다는 아래의 속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과거에 경찰은 범인을 특정해 강압 수사, 고문 등으로 자백을 받아내면 충분했으므로 증거나 과학수사는 상대적으로 중시되지 않았다. 증거를 과학적 이성적으로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토양이 한국에는 없는 셈이다." 물론 1970~90년대 얘기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는 증거물이나 목격자, 과학수사보다 훨씬 더 유용한 도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CCTV의 천국이라는 사실이다. 2017년 통계로 공공기관의 CCTV 숫자는 95만 대가 넘고 사업장에만 800만 대, 모두 합하면 1천300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민 한 사람이 CCTV에 하루 평균 수십 번 찍힌다는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펜션에 혈흔을 남기기도 했지만, CCTV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완전범죄를 꿈꾸긴 했으나 ▷범행 3일 전 제주시 마트에서 범행 도구를 구입하고 ▷범행 후 펜션에서 무언가를 들고나오고 ▷완도행 여객선에서 봉투를 바다에 버리고 ▷김포 아파트에서 시신의 일부가 든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 어디에선가 범인을 내려다보고 있는 CCTV 앞에서는 수수께끼가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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