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참새와 똥철의 역설

입력 2019-06-07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18세기 유럽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신이 아끼는 버찌를 참새가 종종 먹어 치우는데 화가 나서 참새 소탕령을 내렸다. 그런데 참새가 사라진 벚나무에는 해충이 생겨 겨울눈과 새잎마저 성한게 없을 정도였다. 참새 사냥에 관한 최대의 역설은 1960년을 전후한 중국 대륙에서 벌어졌다.

농공업 부흥을 위한 대약진운동을 일으킨 마오쩌둥은 인민의 곡식을 축내는 참새를 적폐의 동물로 낙인찍었다. 그러자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결성되고 새총과 그물, 독극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한 해에 2억 마리가 넘는 참새가 사라졌다. 그런데 수확량이 늘어나기는 커녕 메뚜기와 해충이 창궐해 벼를 갉아먹으면서 최악의 흉작을 기록하고 말았다.

무분별한 참새 사냥의 결과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인민이 굶어죽는 대재앙으로 돌아왔다. 참새 박멸작전을 중단하고 소련에서 20만 마리의 참새를 들여오는 촌극까지 연출했지만, 참혹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다. 마오쩌둥은 철강생산 증대의 구호 아래 마을마다 '토법고로'(土法高爐)라는 소형 용광로를 만들도록 했다. 농민들에게 철 생산을 강요하고 할당량을 부과하니 농기구는 물론 솥과 수저까지 고로에 넣고 녹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나온게 쓸모없는 '똥철'이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 어이없는 폐해를 지적할 수가 없었다. 부패한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한 혁명가의 지령이었기 때문이다. 정의를 자처한 혁명정권도 비현실적인 정책에서는 이렇게 처참한 역효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촛불혁명을 되뇌는 문재인 정권이 강행하는 정책들은 어떤가.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렸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며 근로시간을 칼같이 줄이고 있다. 영화를 보니 너무 위험하더라며 멀쩡한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신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 참사와 제조업 위기로 경제가 흔들리고,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 생태계가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참새와 똥철의 데자뷔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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