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외면하고 서울만 찾는 한국수력원자력, 정체성은?

입력 2019-06-05 18:47:33

한수원 본사는 경주에, 소통은 서울에서
원전기술자는 해체산업인력으로 전환

한수원 경주본사 전경. 한수원 제공
한수원 경주본사 전경.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본사를 경주로 옮긴 지 3년이 넘었지만 갈수록 지역을 외면하고 서울만 찾는 등 정체성이 모호한 행보를 이어가 지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한수원은 본사 경주 이전 후 본사가 직접 지역을 챙기다 올 초 외부와 접촉하는 대외업무를 이분화해 '본사는 서울, 경주 월성원자력본부는 지역'을 담당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본사를 경주로 옮긴 이유가 뭔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한수원의 지역 소통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한수원은 '효율적인 업무분담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한수원의 지역과의 소통은 갈수록 소원해지고 있다.

한수원이 지난달 25일 경주시민을 위해 마련한 '2019 한수원아트페스티벌' 개막식 때도 한수원 사장은커녕 등기임원들조차도 참석하지 않아 지역민은 물론 본사 직원들에게까지 빈축을 샀다.

한수원 한 직원은 "직원들에게는 지역 친화를 이유로 주소지까지 옮기라고 해놓고 정작 우리(한수원)가 마련한 가장 큰 행사에는 주요 임원들도 참석치 않으니 지역민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한수원을 지탱하는 중심 업무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는가 하면 조직도 탈원전에 맞춰 개편되는 등 정체성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수원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이번 정부 들어 2년 만에 원전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는 한수원 건설사업본부 인원을 20%가량 줄이고, 대신 수출 관련 인력을 늘렸다. 게다가 '원전 기술자 등 우수 인력을 원전 해체 전문가로 키우겠다'는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우리(한국)는 하지 않겠다는 원전을 다른 나라에 팔겠다는 건 뭘 어쩌자는 거냐"며 "우수한 원전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려 하지 않고 해체 기술자로 만들려는 발상 자체도 엉뚱하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국내에 건설할 신규 원전이 없는 마당에 건설사업본부 인력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비효율적이어서 재배치했다"며 "현 정부의 정책이 탈원전인 만큼 한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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