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중국몽(中國夢)과 아메리칸 드림

입력 2019-06-03 13:38:51 수정 2019-06-03 19:07:04

세계 패권 지키려는 美, 뺏으려는 中
군사·무역 한치도 양보 없는 신경전
두 강대국 으르렁대며 꿈 좇는 사이
한반도 평화·번영의 꿈 멍들까 염려

이성환 게명대 일본학과 교수
이성환 게명대 일본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 결렬 후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려 한다. 그들에게는 차이나 2025가 있다"고 했다. 중국이 2025를 통해 세계 장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다. 2025(Made in China 2025)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이며, 세계 패권 구상으로 알려진 '중국몽'(Chinese Dream)의 핵심이다. 무역협상은 중국의 도전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의 의미가 있다. 미국은 2025의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녹록지 않은 이유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패권이 국가 간의 관계를 지배하며,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 강국 아테네에 불안감을 느낀 스파르타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했다고 한다. 하버드대학 G. 앨리슨(Allison) 교수는 신흥 세력이 기존 지배 세력의 지위를 위협할 때 발생하는 이러한 불안정한 대결 국면을 '투키디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이라 부른다. 이 함정이 불러온 두 나라의 전쟁에서 스파르타는 승리했으나, 오래가지 못해 멸망했다. 근대에 와서는 불멸의 대영제국에 대한 후발국 독일의 부상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독일의 도전은 1차 대전의 원인을 제공했고, 승리한 영국은 미국에 패권을 넘겨야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 시카고대학 J. 미어샤이머(Mearsheimer) 교수는 '강대국 정치의 비극'에서 국제사회에는 국가 간 갈등을 제어할 경찰이 없고, 상대방의 의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끊임없이 군사력을 키우고 상대를 자기 의도하에 두려 한다. 패권국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패권국의 불안을 드러낸 것이고, 국가의 존엄을 앞세우며 버티고 있는 중국은 전형적인 도전국의 모습이다.

패권국과 도전국은 반드시 전쟁을 할까. 16세기 이후 패권국과 도전국의 대립 국면은 15번 있었으며, 그중에서 11번의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 확률은 70% 이상이다. 그래서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 2017)이라 했다. 미중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디일까. 대만해협이 될 것이라고 하나, 한반도도 그중 하나다.

미중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아직 중국은 종합 국력에서 미국을 능가하지 못한다. 중국의 목표는 아직 세계 패권이 아니라 지역 패권 추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 미국은 스페인, 영국 등 소국이며 자원 빈국이었던 종래의 패권국과는 다르다. 미국은 자원이 많은 대국으로 역사상 거의 '완벽한' 패권국의 조건을 갖고 있다. 미국은 전쟁을 하지 않고도 경제 패권을 넘보던 일본을 굴복시켰다. 군사적 위협을 일삼던 소련(현 러시아)도 붕괴시켰다.

그러면 패권국은 안전할까. 킨들버거의 함정이 있다. 킨들버거 전 MIT 교수는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미국이 패권국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재앙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그것도 고율의 관세로. 지금의 흐름을 단순화하면, 중국은 미국의 유일 패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미국은 내가 먼저 살아야 한다(American First)는 이전투구로 보인다. 시진핑은 중화제국의 부흥을, 트럼프는 미국 백인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한다. 중국몽과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두 개 꿈의 충돌이다. 거기에는 양패구상(兩敗俱傷둘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의 위험도 있다.

두 강대국이 꿈을 좇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려는 한국의 꿈(Korean Dream)이 멍들까 염려된다.

이성환(계명대학교 교수, 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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