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작가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불과 이틀 전 행사에서 밝은 웃음으로 맞이했던 선배였다. 그래서 어머니 부고 소식은 뜻밖이었다. 상가에서 만난 영정사진 속 선배 어머니 모습은 참 고우셨고 눈빛은 애잔함이 가득했다. 마치 홀로 남은 아들이 걱정된다는 듯. 선배는 "큰 행사를 두 개나 앞두고 있는 아들에게 자칫 해가 될까 봐 십여 일 이승의 끈을 억지로 부여잡고 계셨다"고, "가실 때까지 아들 생각해서 가셨다"고 슬픈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쳐다본 영정사진 속 어머니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거 같았다.
오십 줄이 넘으니 이제 떠나갈 날이 가까워지는 어머니가 자주 생각난다. 내 어머니뿐 아니라 '이 땅의 현재'를 만든 어머니와 아버지로 불리는 부모님들. 형제 많은 집에서 배고픔을 겪었을 것이고, 빼앗긴 나라에서 서러움도 겪었을 것이고, 전쟁의 난리도 겪었을 것이고, 산업의 역군으로 잠시 풍족한 시간도 가졌을 것이고, 자식 바라지에 온몸이 부서져라 일했을 것이고, 잘 자라준 자식 때문에 행복한 시간도 가졌을 것이다. 그러다 세월의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지워져 긴 시간의 흔적조차 잃어버린 채 '치매'라는 망각의 강으로 빠지기도 하는 부모님들.
얼마 전,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들의 사무치는 사모곡이 담긴 기사를 읽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어 모신 요양원에서 멍이 든 몸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자책하는 아들은 요양원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기억을 잃었다고 몸의 기억조차 잃는 것이 아닌데도 학대의 정황이 몸 곳곳에서 나타났다. 학대한 사람에게도 어머니가 있었겠지. 자신의 어머니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기사를 읽는 내내 화가 치밀었다. 치매는 그저 개인이 감당할 몫이 아닌 사회가 함께 안아야 할 지금의 풍요를 만들어낸 부모님들의 노고(勞苦)다. 그래서 더욱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부모님들의 뒤를 이어 가야 하는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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