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따로] 평균의 함정

입력 2019-05-29 18:00:00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렸을 적 초등학교(필자가 다니던 시절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렸던) 시절에는 항상 선생님이 반 평균 점수를, 그리고 개별 학생들에게는 전 과목 평균 점수를 가지고 비교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런 행태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졌다. 평균 몇 점인지에 따라 학교가, 학급이, 학생이 평가되고 평균 점수를 올리기 위해 우리는 고군분투하면서 살아왔다. 항상 우리 삶은 평균값에 의해 평가받으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전 과목 평균 점수는 하나의 수치로서 학생의 과목별 취향과 적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획일적인 기준에 의한 학생의 단면만을 보여준다. 이처럼 평균값은 모든 정보를 다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중위값이나 표준편차(평균값으로부터 떨어진 정도)의 통계치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고 나면 학생들에게 필자는 평균 점수를 공개한다. 평균 점수가 공지되고 학기 말 성적이 공개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를 가지고, 평균보다 자신의 성적이 높은데 학점이 잘 나오지 않았다며 학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 중위 점수를 같이 공개한다. 평균 점수만 공개하면 수강생 중에서 자신의 상대적 점수를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위 점수는 뭘까? 집단 구성원들의 점수나 비교 대상을 일렬로 늘어놓았을 때 가장 중간에 위치한 값이다. 평균값과 중위값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한 집단에 100명이 있는데, 개인별 소득이 고만고만하고 집단의 평균 소득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100명 중에서 1명이 빠지고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가 그 집단에 포함된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집단의 1인당 평균 소득은 엄청나게 높아지지만 중위 소득은 변함이 없다. 평균 소득이 높아졌지만 중위 소득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집단 구성원의 소득 수준의 질은 변함이 없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재산 일부를 집단에 환원한다면 몰라도. 이렇게 집단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평균값과 중위값은 모두 필요한 개념이다. 그래서 필자는 성적 공개 시 평균 점수와 중위 점수를 함께 공개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도 평균값에 아주 민감하다. 행복지수, 삶의 만족도, 1인당 국민소득 등 평균 수치로 우리 삶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올해 초, 우리나라는 '3050클럽'에 가입하였다. 3050클럽은 인구 5천만 명이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국가를 의미한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하였다. 유럽의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인구가 적고, 세계에서 이 클럽에 해당되는 국가가 7개 국가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여전히 소득 격차, 소득 양극화, 빈곤의 대물림 현상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필자는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가 평균값 함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평균값만 보고 집단의 전반적인 수준을 평가할 때 생기는 문제가 바로 평균의 함정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높아졌지만 사회의 질이 개선되지 못해 상대적 빈곤율의 증가,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통계 수치)의 악화, 소득분위 중 하위소득계층의 소득 증가율의 악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평균값인 1인당 국민소득은 높아졌지만 소득 분배의 질적 측면이 함께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회 통계나 경제 수치가 발표될 때면 많은 논쟁이 발생한다. 사회 현상을 반영한 것이 사회 통계치라는 점에서 논쟁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적 갈등이 높아지면서 불리한 통계치는 누락하고 자신들의 가치와 생각에 부합하는 특정 통계치만을 가지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때로는 통계치 해석을 왜곡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보여주는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곧 대학 기말고사 기간이 시작되니, 다시 필자도 평균값과 중위값을 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평균값과 중위값의 차이가 적어야 성적에 대한 이의 제기가 줄어들 텐데, 항상 두 통계치는 벌어지곤 하니 학생들의 이의 제기가 많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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