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리비우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유대인 학살 책임자를 단죄한 법률적·윤리적 프레임인 '제노사이드'(genocide, 종족 말살)와 '반 인류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각각 창안한 라파엘 렘킨과 허쉬 라우터파트가 법률 공부를 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근세 들어 지명(地名)이 어지럽게 바뀐 것으로도 유명하다.
1914년부터 1944년까지 리비우의 주인은 오스트리아→러시아→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폴란드→독일→소련→우크라이나로 여덟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마다 도시 이름은 렘베르크(독일어), 리보프(러시아어), 르부프(폴란드어), 리비우(우크라이나어)로 바뀌었다. 모두 전쟁의 승자가 자국어 표기로 바꾼 것이다.
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1942년 2월 15일 싱가포르 점령 뒤 '쇼난'(昭南)으로 바꿨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年號)인 '쇼와'(昭和)에서 따온 것으로, '쇼와 시대에 얻은 남쪽의 섬'(昭和の時代に得た南の島)의 줄임말이다.
국내의 정변(政變)이나 혁명으로도 지명은 바뀐다. 러시아 볼가강 연안의 공업도시로 독소전(獨蘇戰)의 격전지였던 볼고그라드가 대표적이다. 원래 지명은 차리친이었으나 1925년 '스탈린그라드'로 바뀌었고, 흐루쇼프가 스탈린 격하운동을 벌이면서 1961년 볼고그라드로 바뀌었다.
이렇게 전쟁이나 정변으로 지명이 바뀐 예는 있어도 독립국이 타국의 강요나 압력을 받아 지명을 바꾼 예는 거의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바로 그런 굴욕을 실천하려 하고 있다. 6·25전쟁 때 국군과 UN군이 중공군을 궤멸시킨 전적지로, 전후 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한 '오랑캐(虜)를 쳐부쉈다(破)'는 뜻의 '파로호'(破虜湖)를 지우고 '대붕호'(大鵬湖)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 이유가 중국이 불쾌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니 기가 막힌다. 영락없는 사대 근성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대붕호'가 1944년 일제가 화천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조성한 인공호수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편안케 하려고 일제 잔재를 부활시키겠다는 소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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