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박영귀 당선소감]

입력 2019-05-27 17:00:00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는 골프와 문학이 있다. 골프는 엄두가 안 나서, 문학은 "먹이"가 안돼서다. 대물림하는 지긋지긋한 가난에 골프는 꿈속에서도 없었고 문학이란, 언감생심 고생하시는 부모님 앞에서는 금기 사항이었다. 사춘기 때 몰래 시와 소설, 철학책을 사 보면서 잠시 작가의 꿈을 가졌으나 내 주위의 가난한 문학가를 보면서 서서히 꿈을 접었다. 그런데 55년이 지난 어느 날 골프채가 단단히 굳어 있는 나의 "먹이"의 개념을 깨고 나의 십 대의 꿈이었던 문학을 끄집어 내었다. 나이 71살 때 하와이에서. 겨울이면 고국에서 온 80대 어른부터 본토에서 온 사업가, 종교인까지 이구동성으로 골프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필드에 몇 번 나가 봤으나 살아온 세월이 강하게 거부하여 포기하자 친한 지인들도 골프장에 가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었다. 그때 하와이 문예공모 광고가 잊었던 사춘기의 꿈을 일깨웠다

미친 듯이 글을 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고국을 떠난 지 40년 가까이 한글을 멀리하다 보니 맞춤법과 문법이 엉망이어서 다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평생 남이 만든 울타리에서 어쩔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해 왔던 내가, 내 의지로 쓴 글을 검토하고 수정하고 생각하는 것을 투명하게 글자로 나타내자 어떤 희열을 맛보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나는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71살 늦깎이로 시작하여 72살에 고국의 문학상 당선 소식은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다. 부족한 저를 선택해 주신 심사위원들과 몸이 편치 못하고 한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저를 격려하여 이끌어 주신 이언주 하와이 H 문인협회 고문과 김사빈 회장, 그리고 친구 이재기 장로 부부, 아내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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